since.2000.09.07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 역시 낮에 드라마 재방송이 꽤 많은 편인데 여기서는 이 재방송을 홍보용으로 잘 써먹더군요.
이번 시즌에 키무라 타쿠야의 새 드라마가 시작한다면 이전 키무라 타쿠야 작품 중 하나를 새로 틀어주고 영화판 오오쿠가 상영중이면 TV판 오오쿠를 틀어주는 식이 많습니다.

오오쿠는 낮에 가끔 보면서 꽤 재미있네, 했었는데 연말에 후카다 쿄코 주연의 스페셜판까지 만들어 방영해주길래 흥미가 생겨 아예 드라마판을 모두 다운 받아서 대나무숲과 연휴 내내 봐버렸습니다. 전체 10부작이라 부담도 없더군요.

제목인 오오쿠는 남자는 오로지 쇼군만이 들어갈 수 있는, 쇼군의 처첩이 사는 곳으로 이런저런 일하는 사람들까지 치면 여자만 1,000여명이 모인 공간이다보니(무슨 여고도 아니고…) 튀는 건 불꽃이요, 흘러다니는 공기는 시기와 질투지요. 이야기거리야 무궁무진하지 않겠어요. 본 사람들 평이 대부분 그렇듯 내용은 딱 일본판 ‘여인천하’입니다.

오오쿠라는 한 제목 아래에 여러 시리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내용과 시대는 모두 제각각이라고 하네요. 제가 본 ‘화의 난(華の亂)’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쇼군이라고 평가받는 5대 쇼군 츠나요시 시대가 배경이군요.

모자랄 것 없는 환경에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던 주인공 야스코가 뜻하지 않게 쇼군의 눈에 들어 부모, 남편과 생이별한 채 오오쿠로 (거의) 끌려들어오게 되면서 시작된 이야기는 오오쿠 안에서 벌어지는 여자들간의 암투와 음모에 맞물려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사실 내용은 딱 한줄로 요약하면 ‘누~가 아들을 낳을까'(아들만 낳으면 정실이고 첩실이고, 나이고 뭐고 다 필요 없더군요) 입니다만 사극이다보니 당시 시대상이나 여자들의 화려한 복식, 독특한 말투 등을 보는 재미도 꽤 컸네요.
우리나라의 여인천하와 같은 사극에 비해 여자들의 행동이 상당히 과격해서(후계자인 애들이 아주 남아나지를 않음..;) 좀 놀라긴 했습니다만 끝까지 보고 나면 결국 모두가 처음부터 악해서 일어난 일이 아닌 어쩔 수 없었던 피해자라는 식의 결말도 좋았군요. 게다가 주인공 야스코가 자신을 끌고온 쇼군을 ‘죽일테야~~’ 하다가 결국은 뻔하게 러브 엔딩으로 가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네놈도 불쌍한 인생이로구먼’ 정도로 끝난 것도 적당했고요.

주인공 야마우치 리나는 굿럭 등에서는 얄미운 이미지였던 듯한데 이 오오쿠에서는 비극 속에서도 야무지게 헤쳐나가는 야스코 역이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현대극보다 사극 분장이 더 낫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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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미사

    나도 천명이 모였다는 얘기를 들으니 헉, 이건 거의 ‘정실마님이 보고 계셔’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1. 리츠코

      저 정실 마님은 아들을 못 낳으셔서 보고 계셔도 아무 힘이 없더군요. -_-; 오히려 시어머니인 쇼군의 어머니가 오오쿠를 잡고 있어서 ‘시어머님이 보고 계셔’에 가까울지도…

  2. >> 여자만 1,000여명이 모인 공간이다보니(무슨 여고도 아니고…)

    순간 떠오른 것은 ‘여고생’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트라우마로 남으려나 봅니다. (먼산)

    1. 리츠코

      그 ‘여고생’ 쪽에 가까울 겁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