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번달 초부터 사방팔방에 광고가 붙더니 지난주에는 거의 TBS를 틀 때마다 예고편을 때리던 한일합작 드라마 윤무곡(론도)가 어제 방영되더군요.
포스터에 보이는대로 최지우와 타케노우치 유타카 주연.

한국에 있을 때도 최지우 나오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아무리 높다고 난리가 나도 별로 볼 일이 없었는데(그 잘나가던 겨울연가도 한 편도 제대로 안 봤군요) 아무래도 여기에 있으니 호기심이 동하긴 하더군요. 마침 나갔다 들어오니 시간도 맞아서 1화를 감상했습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여동생 유니(이정현)과 함께 무작정(드라마를 보다보면 이건 정말 무작정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음…) 일본으로 온 유나(최지우)가 마피아의 구성원으로 몸담고 있는 쇼우(타케노우치 유타카-사실은 일본경찰이 파견한 잠입 조사원)와 만나게 되면서 얽히는 연애물 되겠습니다만…

첫 화를 다 보고 나서 남은 것은 ‘일본어를 단 한마디도 못해도 일본에서 살 수 있구나, 인생 참 쉽네’ 였군요. -_-;

일본어가 진~짜 싫어서 일본어를 안 하신다는 설정의 여주인공…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워 인사 이외에는 일어를 쓰지 않겠다는 한국 마피아…-_-;
저한테는 ‘광년이’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이정현의 병약연기도 좀 닭살이더군요.

일본도 싫고 일본어도 싫다는 여주인공께서는 정말로 가게에 가서도 한국어로 말하면서 벅벅 우기고 길을 잃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을 때도 ‘여기가 어디예요?’라고 한국어로 묻더군요(차라리 영어라도 쓰는 흉내를 내줘..-.ㅜ).
어느 나라에서 왔든간에 외국인이 타지에서 자기나라 말로 개기려고 하는 경우라는 게 거의 없을 게 당연하다보니 그 자체가 개그인데다 일본어를 안 쓰고 안 배우는 이유도 ‘일본이 싫어서…’라길래 ‘오오- 그거 참 편한 이유로군’ 생각했는데, 그 다음에 나오는 한국에서 온 마피아(신현준)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기 때문에 인사 이외에는 한국어를 쓰겠다’고 하는 데서 대나무숲과 둘이 굴렀습니다. -_-;
외국에서 쓰는 각본이다보니 예전 로스트에서도 그랬지만 미묘하게 어색한 한국어 대사도 썰렁함에 일조하더군요(이 정도는 배우가 조율할 수 있지 않나..-_-;).
그밖에도 ‘첫눈이 오면 좀더 행복해질거야’라든지(도쿄에서 눈 보기가 좀 힘들긴 하지…) 듣는 데에 공력이 좀 필요한 닭살 대사들도 난무합니다.^^;

한일합작 드라마라는 선전문구도 있다보니 전반적인 스케일은 상당히 큰 편이어서 도입부에서는 폭탄도 펑펑 터져주고, 화면 연출도 감각적이려고 노력하는(?) 점에 힘입었는지 오늘 신문을 보니 어제 시청률이 20프로를 넘었다고 하네요.
저는 드라마 전체적으로 인기 있는 한국 배우라든지 한국 드라마 요소를 아예 일본 드라마에 이식해서 한류 자체를 일본에서 흡수해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국 배우들이 주요 시간대에 하는 드라마에 진출한 만큼 이후 시청률도 계속 잘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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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responses

  1. 김소연

    최근 일년간 일본드라마에 푹 빠져 있었는데, 최근 우리나라 드라마가 돈은 더 들이고 있는 거같아요. 해외로케 꼭 하고..;; 전 한편에 에피소드 하나로 끝나는 일본드라마가 취향에 맞더라구요. 그러나..윤무곡..어째 제 취향은 아닌듯;;

    1. 리츠코

      역시 돈을 들인 만큼 화면발이 나오는 거겠지? -_-; 여기 세트장 보면 진짜 ‘나 세트장’이라는 오오라를 펄펄 발산하는 것 같음.
      윤무곡은 어째 한국 드라마도 아니고 일본 드라마도 아닌 느낌이라서 한국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

  2. 키딕키딕

    90년대엔 좋은 드라마들이 많았는데, 2000년도 들어서 좋은 일본 드라마가 없어졌다는 것도 아마 한류의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요? 저도 서유기 보고서는 입을 쩌억~ 벌렸는데…ㅡ.ㅡ; 최근 몇 분기간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없어서 우울…

    1. 리츠코

      서유기는 정말 쇼크였스. -_- 이쪽에서는 홍보도 엄청 하고 길에 포스터도 많이 붙여놨었거든. 근데 본 감상은 전차남과 스미레와 닌자 핫토리가 천축국을 가는 걸 보는 기분이었음. -_-;

  3. ryusei

    일본 드라마는 솔직히 좀 지루하더군요.
    케이블 TV에서도 처음엔 일본 드라마를 줄창 해줬는데…
    요즘은 시들한 것이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드라마는 재밌죠.
    자극이 많아서인 듯. 물론 요즘은 소재가 다 천편일률입니다만.

    1. 리츠코

      케이블에서 해주는 일본 드라마들이 의외로 시청률이 엄청 안 좋았다더군요. 그래서 점점 틀어주는 빈도수도 줄어든 모양. ^^;
      한국 드라마가 화면이나 구성이나 배우들의 얼굴(…)은 모두 뛰어난데 역시 소재들이 비슷비슷하다는 게 한계인 것 같아요.

  4. 삭은이~

    그런데.. 왜 한류가 인기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군요. 컨텐츠들의 느낌이 다르긴 하지만 그만큼 퀄리티가 나온단 얘긴가..

    (뭐 일본 드라마라고 그렇게들 돈들이거나 연기가 출중하거나 하진 않지만~)

    1. 리츠코

      저야 일본 드라마는 별로 안 봐서 내용의 짜임새나 분위기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면의 퀄리티는 확실히 한국이 좋더군요.
      어제 본 서유기는 거의 아침 아동 프로 막간극으로나 나올 세트장 수준이었는데다가 주인공 카토리 싱고 연기도 딱 아동극의 손오공이어서 보면서 쩌억 했군요. -_- 그러니 외국 배우들이 외국어로 하는 연기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 쓰일 테고 화면발이 먹히는 걸지도.

  5. Tom

    여자 주인공이야 일어 싫어서 그랬다고 치지만..
    그.. 마피아는.. 그냥 일어 할 줄 몰라서 못한다고 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구만. 말이 좋아 마피아지 원….

    1. 리츠코

      그냥 야쿠자나 조폭이면 몰라도 마피아라고 하니 좀 웃기더군요. 쟤네 보스도 ‘돈’이라고 부르던데요, 뭐.

  6. ㄱ- 얼굴 이쁘면 인생 참 쉽네요.(…..)

    1. 리츠코

      아, 역시 그런 걸까요…-_-

  7. 키딕키딕

    선배님! 생일 축하해요오~ 타국에서 맞는 생일, 어떠신지요! 미역국은 자~셨나요?

    1. 리츠코

      기억해줘서 땡큐. ^^ 미역국은 신랑이 끓여줘서 잘 먹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