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크리스 크로스‘의 작가의 다음 작품으로, 실제 하권의 작가 후기는 크리스 크로스의 에필로그(?) 격이다. 오퍼를 넣고나서 보니 예전에 이미 학산에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이미 라이센스 기간이 만료되었는지 별 문제 없이 계약되었다.

내용은 주인공 카시마 쇼우카의 타임 리프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카시마 쇼우카는 일요일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화요일 아침이다. 자신은 전혀 기억도 없는데 월요일에 자신은 멀쩡히 학교를 나왔었다고 하니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지만, ‘뭐 하루 쯤이야 기억이 없다고 어찌 되겠나(라는 이 자세도 어지간하다)‘라고 생각할 무렵, 집에 돌아와 자신의 일기장을 펼쳐 본 순간, 그야말로 경악하는데… 그곳에는 “너는 지금 혼란스럽겠지. 네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건 아직 알려줄 수 없어. 하지만 기억상실은 아니고, 미친 것도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치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 일을 알리면 안 돼. 네가 상담해도 되는 건 와카마츠 군뿐이야. 와카마츠 군에게 상담해. 처음엔 차가운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의지가 되는 사람이니까” 라고 적혀있는데… 정작 그 와카마츠는 쇼우카와 같은 반의 우등생으로 그녀와는 말도 제대로 나눠본 적 없는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쇼우카의 타임 리프는 화요일에서 시작해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그리고 다시 두 번째 수요일로 이동하며 정신없이 펼쳐진다. 그녀의 육체적인 시간은 순차적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녀의 의식은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랜덤하게 움직이게 되어버린 셈인데…
만약 내게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나역시 이렇게 우왕좌왕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쇼우카와 간만에 보는 고전적인 ‘냉미남‘ 계열 남자 주인공 와카마츠는 상당히 매력적이다.(이 와카마츠의 경우, 대부분의 여자들이 끌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 ^^;)
설정이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수 있다는 걸 이런 작품을 보다보면 깨닫게 된다. 한번 손에 잡으면 뒷 내용이 궁금해서 단숨에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점에서도 요즘에 보기 드문 명작이다.

우리가 내는 책 중에 엄청 ‘고전‘에 속하지만(1997년 작품이니까) 최근작들이 따라갈 수 없는 작가의 정성(?)과 치밀함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의 감상은,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다가 마지막 한 조각을 딱 집어넣을 때의 기분이라고 해도 될 듯.

ps. 걱정이라면 이놈의 책 내고 나면 또 시간상 맞지 않는다고 파본교환해 달라고 우르르 글 올리는 넘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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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Dino

    이거 굉장했습니다. 중간쯤 가서는 정말 입에서 저절로 감탄이 나오더군요 -_-;;

  2. 뉴타잎

    젊은시절의 노주ㅎ…아니 이 아저씨는 부자집 도련님 이미지인가 =_=;

  3. 리츠코

    김주혁이 한~~참 회춘해야 할 듯…;//일본에는 실사판이 있지요. 제가 말한 건 국내 영화로 만들 경우 이야기. ^^

  4. 룬그리져

    …영화 나와있을걸요. 전에 실사판을 얼핏 본적이 있는것 같습니다.

  5. 미사

    김주혁이 맨 처음 카이스트에 나왔을 때의 이미지에서 서너 살을 더 젊게 만들어놓으면 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꿈일 뿐 -_-;;;

  6. 리츠코

    근데 저는 의외로 와카마츠 삽화는 나쁘지 않았어요. ^^;
    아는 친구에게 이 작품은 영화로 해도 재미있을 거야! 하고 추천을 했는데 하고 보니 과연 와카마츠를 연기할 배우가 요즘 배우 중에 없더군요. -_-;(저런 지적인 이미지는 정녕 없단 말이냐!)

  7. 룬그리져

    …ps.부분이 압권.(…) 근데, 와카마츠군. 이미지와 일러스트의 차이가 정말 참으로 거시기 합니다…;; 근데 진짜 이야기 하나는 발군이지요. 그 앞뒤가 딱딱 맞는 느낌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