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혜린이 기다리는 동안 읽으려고 아껴뒀는데 어영부영하다보니 오늘에서야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완독.

일본 살 때 어디든 동네를 걷다보면 참 예쁘고 아기자기한데 이런 곳에 이런 가게가 과연 유지가 될만큼 손님이 오기는 하는걸까 싶은 잡화점을 발견할 때가 있었는데 이 소설이 딱 그런 가게를 만난 기분이었다.
내용에 큰 기복도 없고 대형 사건도 없지만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차분해지는 작품.

요즘 만년필이고 잉크, 종이에 한참 건드려보던 참이라 그에 관련된 묘사도 눈에 들어오고 주인공이 대필가라는 직업도 특이했다.(뭣보다 내용도 확인 안하고 대필가 믿고 발주하는 의뢰인들이 좀 신기했음.;; )
글씨가 워낙 악필인 사람이라면 중요한 자리에 보낼 글에 글씨를 대신 써줄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결혼식에 와줬던 하객들에게 ‘이혼 보고 우편’을 보낸다든지, 생각지도 못한 이 직업의 쓰임새가 나름 신박하기도.(…)

굳이 비교하자면 미스테리가 빠진 비블리아 고서당과 비슷한 느낌. 메일과 메신저, SNS로 소식을 나누는 요즘에 어울리지 않는 손글씨와 편지라는 아날로그 정서를 이야기로 잘 풀어내서 읽는 내내 너무 좋았다. 더불어 굳이 가족간의 정에 집착하지 않고 서로 다른 나이대의 사람들이 서로 우정을 나누는 모습도 훈훈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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