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제일 오른쪽의 그녀. 눈에 많이 익다 했더니 TV판 슈퍼맨의 로이스더군요.

간밤에 잠도 안 오고 해서 겜플님이 추천하셨던 desperate housewives(자포자기한 주부들)을 두 편 봤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시청률이 꽤 좋은 편이라고 하더니 역시나 꽤 재미있더군요.
스펙터클하거나 엄청난 건 없지만 평범한(자세히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마을에 사는 있을 법한 네 주부들의 이야기로, 소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잔재미에 왠지 영화 가위손에 나오는 그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마을’의 분위기도 묘하게 뒤틀려 보여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단순히 주부들 이야기만으로 채운 게 아니라 잠깐씩 보이는 마을에 이사온 정체 모를 이혼남에 대한 미스테리라든지 드라마 시작하면서 죽은 친구에게 실은 무언가 말 못한 사연이 있었다든지 하는 굵직굵직하면서도 흥미로운 요소들이 추가돼서 보면서도 뒷 내용이 궁금하더군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던 한 주부가 평범한 일상을 마무리하던 중 갑자기 권총 자살을 하게 되고, 이 자살한 주부 메리 앨리스가 죽은 후에 드라마 전편의 나레이션을 담당하는 설정도 꽤 독특했습니다.

사실, 보통의 다른 날들과
똑같은 하루를 보냈답니다
조용히 모든 것이 완벽해질 때까지
일상 생활의 정해진 순서를 밟아 나가면서
그것이 바로 매우 놀라운 이유죠
제가 갑자기 복도의 작은 옷장을 열고
이제껏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권총을 꺼내들었으니 말이죠
제 시신은 ‘탕’하는 소리에 깜짝 놀란
이웃에 사는 마샤 후버 부인이 발견했죠

이런 식으로 전지적 시점에서 드라마 내내 나레이션이 들어가는데 상황과 나레이터의 시니컬한 서술이 절묘합니다.

주부들 제각각도 캐릭터나 설정이 선명해서 각자의 결혼 생활만으로도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돈 많은 남자를 만나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끝없이 권태로워 정원사와 바람을 피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숨이 막힐 만큼 완벽하게 모든 걸 해내고 싶어하는 사람,
유능하고 바쁜 직장인이었으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관두고나니 오히려 더 바빠져버린 사람,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친구같은 딸과 함께 사는 사람.
누가 더 행복하고 불행하달 것 없이 사람 사는 건 크게 다르지 않다 싶더군요. 국경을 초월해서 말이지요.

이 자포자기한 주부들을 보고 있자니 최근에 SBS에서 방영하는 아내의 반란 생각이 나더군요. 거기서는 세 명의 주부들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한국적인 정서에 타깃이 주부들이다보니 남편의 외도 같은 것에 대해 다루는 비중이 좀 큰 편입니다. 그래서 이 자포자기한 주부들의 여자 중 한 명이 정원사와 바람을 피는 걸 보면서 ‘아 역시 저쪽은 관점이 다르군’ 했다고나 할까요. 바람은 여자도 남자도 필 수 있는 건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당연하게 바람은 남자가 피는 거고 거기에 속거나 속을 썩는 건 여자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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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리츠코

    키딕키딕>헉, 저걸로 사전학습하면 큰일 나. -ㅁ-;;; 궁금하면 다음에 msn으로 보내주지.

  2. 키딕키딕

    오~ 이 드라마 꼭 구해서 보고 싶네요. 왠지 사전학습(?)이 될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