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위탁 가정을 전전하던 소녀 마리 애들러는 집에 들어온 침입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질문이 거듭될수록 범죄 당시의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수사를 맡은 형사와 가까운 지인들은 마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 마리는 결국 주변의 압력에 자신이 일어나지 않은 일을 꾸며냈다는 인정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의 일상은 완전히 붕괴되는데…

3년 후,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 형사 캐런 듀발은 자신의 동네에서 벌어진 불법 침입 강간 사건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다른 지역에서도 범행 수법이 일치하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형사 그레이스 라스무센을 찾아가 연쇄 강간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동 수사에 착수한다.

타임라인에 추천글이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 하는 말이 1화가 가장 보기 힘든 내용이고 2화부터는 볼만하다길래 작정하고 1화는 대충의 줄거리만 파악하는 선에서 스킵하고 2화부터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과거의 드라마들이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중심을 두는 편이었다면 최근의 드라마─특히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은 등장인물의 톤을 낮추고 차분하게 이야기에 집중하는 스타일이 흥하는 듯하다. 지난번의 체르노빌도 이번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요란하지 않은 등장인물들 덕에 좀더 이야기에 빠져들수 있었다.

나도 DNA 검사 같은 건 혈액형 검사처럼 빨리 되는 줄 알았숴…

과장 없고 감정적인 질척임도 없이 서로 존중하는 두 형사의 파트너쉽이 너무 좋았고 수사팀 전체가 어떤 고정된 남/녀의 역할 구분 없이 돌아가는 것에서도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다.

보는 내내 마리 애들러/캐런과 그레이스의 수사, 심한 온도차를 가진 이 두 줄기가 언젠가 합쳐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고 엄청나게 통쾌하게 몰아친다. 내내 슬프고 무거운 내용이지만 마지막만큼은 깔끔한 해피 엔딩인 것도─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보니 여기에서라도─카타르시스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최악의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보다보면 범인 외에 단순하게 선/악으로 나눌 수 있는 ‘악인’은 별로 없다. 심지어 마리를 궁지에 몬 형사조차도 보는 내내 정말 짜증나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후의 그의 태도를 보면 단순히 ‘악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쨌거나 망설여진다.

마지막의 마리 변호사의 말처럼 강도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사람은 없지만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유난히 다른 잣대가 주어지고 세상도 그리고 나도 무의식중에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외형적인 면으로 사건을 ‘가늠하려’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다시 한번 피해자에게 폭력이 되어 돌아가게 될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환기하게 된다.

세상의 마리들이 더 이상 ‘주는 거나 받고 이만하길 다행으로 알며’ 살아가지 않기를.

미드를 보다보면 꽤 자주 나오는 배우인데 항상 마약중독자 아니면 슬럼가 빈민층 캐릭터로 나와서 정식으로 직업이 있는 역은 거의 처음인 거 같다.(…) 드라마 감상글을 보느라 검색하다보니 어느 블로거도 이 배우가 마약 안 한 연기하는 거 처음 보는 거 같다고 써놔서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하구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