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궁금했던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영화가 두 편 다 올라와 있길래 짬짬이 돌려봤다.
그녀는 미국의 최수종이 될 생각인가, 두 편 다 전기 영화.

세버그에서 이 장면의 배우의 표정이나 느낌이 너무 좋았다.

‘세버그’는 1960년 장뤼크 고다르의 첫 감독 작품 ‘네 멋대로 해라’의 주연 배우였던 진 시버그의 이야기.
민권 운동과 반전 운동에 심취해 전국 유색 인종 향상 협회와 흑표당을 지원했던 그녀는 FBI의 도청, 미행, 흑색 선전 등등에 시달리다가 1979년 9월, 실종된 지 열흘만에 자신의 차 뒷자석에서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정황상 자살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돌았던 모양.

진 시버그는 이름만 들어보고 어떻게 생긴 배우인지 몰라 찾아보니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지만 극중에서는 신기하게도 비슷해 보인다.

영화는 산만하고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아서 평작 정도였는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만큼은 주목할 만 했다.

‘스펜서’는 제목 그대로 그 유명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
이동진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영화 리뷰 영상에 ‘명절 후 이혼을 결심한 왕세자비’ 라고 제목을 붙여놔서 빵 터졌다.

제목이 ‘다이애나’가 아닌 ‘스펜서’인 점이 이 영화의 포인트.
왕세자비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다이애나가 ‘그리하여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이 왕자님은 아직도 왕자님이네)‘에 다다르지 못하고 왕실을 벗어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심리적 갈등, 방황을 그리고 있다.

재클린 케네디의 영화 ‘재키’를 만들었던 감독의 작품이라길래 서사가 많은 전기 영화는 아닐 거라 예상은 했는데 역시나 별거하기 전 해 크리스마스 휴가 사흘 동안의 이야기였고 심리 묘사나 화면으로 연출하는 비유가 많아서 다른 왕실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거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혼자 극을 장악한다.

두 영화를 한번에 감상을 적는 이유는, 두 영화 모두 어찌 보면 밋밋하고 심심한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일인극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혼자 이끌어갔고, 그 무게를 너끈히 감당해내는 연기에 놀랐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 사람을 흉내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몰입해 화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그녀는 시버그이기도, 스펜서이기도 했다.

두 영화를 보고 나니, 십대 시절 흥행에 성공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점점 가십란만 장식하다가 사라진 여러 배우들이 있었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앞으로 무난히 연기자의 길을 걸을 것 같다.(이 배우 맨 처음 극장에서 본 게 패닉 룸에서 조디 포스터 딸 역이었는데 세월 참…)

이 두 영화는 내가 전기 영화를 좋아해서 고른 거였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크게 관심없는 배우였는데 이번 기회에 출연작 중에 더 볼만한 게 없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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