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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bs.jp/yakusoku/
시청률이 좋은지 어떤지는 알 수 없음. -_-

지난 6월 초에 일본에 왔을 때 TV를 보다보니 한국 배우가 나와서 한국말도 하는 일본 드라마가 있더군요. 로고도 보이는대로 ヤ・ク・ソ・ク와 한글로 약속, 두가지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도 몇몇은 역할 때문에 어설프게 한국어를 하는 걸 보면서 ‘재미있네’ 하고 지나쳤는데 이번에 일본에 와서 TV를 보다보니 아직도 하고 있더군요.

남자 주인공은 양진우라는 한국인(누군지 몰랐는데 우리나라에서 영화 황산벌, 드라마 매직 등에 나왔다고 하네요), 주제가도 윤손하가 부릅니다.
장르는… 그냥 더도덜도 아닌 딱 일일 연속극입니다.

일본 여자와 결혼하려다가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집을 나갔던 동생(이건 UN의 김정훈이었더군요)을 찾으러 일본으로 건너온 주인공 성재(제대로 발음도 못하던데 왜 주인공 이름을 이렇게 발음하기 어렵게 지었을까…;)가 이런저런 사건들 속에서 연상의 일본 유부녀(외과의 남편과 애가 둘 있는)와 만나 사랑을 하게 된다

뭐 그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어찌됐든 이 드라마는 보고 있으면 ‘한국 드라마 팬층을 노렸다’는 느낌이 팍팍 풍깁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주인공 성재를 보고 있으면 일본 주부들이 ‘한국 드라마 안의 남자’들의 어떤 면에서 열광하는지 알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 드라마 약속에서 성재는 정말 소프트하고 애절한데다가 동정심을 팍팍 불러일으키며 헌신적입니다(초반에 일어를 잘 못한다는 설정일 때 여자 주인공을 가련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건 영락없이 길 잃은 강아지 삘)
심지어 최근 방영분에는 병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지요..;

내용으로 봐서는 한국에서야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그냥 ‘유부녀와 연하의 미혼남의 불륜’이라는 코드에 신문에서 좀 씹어댈 정도겠지 싶은데 일본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면 굉장히 특이한 분위기입니다.
일본에 와서 몇몇 드라마들을 보고 있자면, 확실히 우리나라의 감성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미묘하게 연애 이야기에도 ‘싸가지가 없다(-_-)’고나 할까요. 사랑을 위한 어떤 ‘희생’이라는 코드를 별로 찾아보기가 어렵고 좋게 말해 쿨하고 나쁘게 말해 맥빠집니다.

일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정말 한국 드라마를 많이들 보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대답이 ‘자기 와이프는 정말 열심히 본다’고 하더군요(역시 한류 드라마의 주역은 주부층…;). 그래서 ‘왜 그렇게 마음에 들어가는 것 같느냐’고 물으면 대개 돌아오는 대답은 내용상의 ‘순수함’이라는 코드가 마음에 드는 것 같더라, 였습니다(그 밖에도 ‘어느 배우를 좋아하냐, 욘사마?’라고 물으면 젊은 주부들은 대개 싫어합니다(…) 욘사마는 중년 이상 주부층에게 인기가 많다네요. -_-; 젊은 주부들은 권상우라든지 이병현을 대는 경우가 많더군요.)

얼마전에 어느 쇼프로에서 ‘부모가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반대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본 남자의 대다수가 ‘그럼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대답한 것을 보고 ‘근성 없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한국 드라마에서 매번 사랑하는 여자를 쫓고 쫓다가 성취하는 한국 남자들을 보며 일본 여자들은 일종의 로맨스 소설과도 같은 달콤함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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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리츠코

    키딕키딕>요즘은 그 시간대에 주로 한류 특집으로 한국 드라마를 해주는 채널이 있더군. 보고 있으면 나는 듣도 보고 못한 한국 드라마들이 뭐 그리 많은지..;(화장도 열라 촌스러움)
    당신 이야기 듣고 다른 채널 돌려보니 진짜 드라마를 많이 하는구만..;

  2. 키딕키딕

    불륜하면, 아침에 8~10시 사이에 하는 프로그램이 짱이죠. 1년 내내하더군요. 불륜도 참 다양하더이다. 어디서그런 소재가 다 낭는지… 학교 다닐때 아침마다 그거 보느라 늘 지각했다는… 선배님께 강추합니다! ㅡ.ㅡ+

  3. 리츠코

    장미의신부>저도 연애 드라마보다는 전문 장르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편인지라… TV 켠 사람 중 반이 봤다는 김삼순도 딱히 챙겨 보지는 않았네요.
    국내에서는 이제 불륜도 청승도 사람들이 지겨우니 김삼순 같은 밝은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일지도요. ^^;

  4. 장미의신부

    불륜이야 일본쪽이 더 심하죠. 우리나라야 사회 분위기상 불륜을 미화시키긴 어려울테지만, 일본에선 실락원 같은 것도 대히트를 치는 판국이니…(동반자살은 아름다운 일본의 전통 문화? -_-;)
    한국 드라마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애절함(이라 쓰고 청승이라 읽어준다)이 싫은 인간으로선 일본 드라마마저 그런쪽으로 흘러가면 매우 괴로울 것 같군요. 뭐, 어차피 연애 드라마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잘 안봅니다만…

  5. 리츠코

    삭은이~>이쪽도 이미 불륜은 메인이 된 듯..-_-;

  6. 삭은이~

    잘못하다간 일본 드라마도 ‘불륜/이복 형제/부모의 반대’ 세개의 조합이 판치게 될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