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 주말에는 집에 즐거운 손님들이 왔다 갔습니다.
예전에 말한 요코하마에 사는 친척언니 집 아들래미(저한테는 조카뻘)와 그 여자친구였는데, 이 여자친구는 무려 오죠사마!
다도 경력이 자그마치 10년이라더군요(그러고보니 꽃꽂이도 한다던데…). 학교때 클럽 활동 이후로도 ‘선생님’에게 4년째 사사받고 있다는데 왠지 그 앞에서 차를 내기가 좀 뻘쭘했습니다. ^^;
말도 어찌나 차분하고 예쁘게 하는지 일본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렇게 말하고 싶다 싶을 정도더군요. 물론 흔히 만화 같은 데서 보는 그런 오버하는 오죠사마 말투는 아니었습니다. ^^

어찌됐든, 오후 5시쯤 와서 밤 11시가 되어서야 돌아갔으니 거의 저녁 나절 내내 일본어만 듣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본어만 하다보니 뇌가 무리했는지(…) 다음날은 완전히 넉다운 상태였습니다. 저는 대나무숲 앞에서 일본어를 하는 걸 죽도록 싫어해서(…) 정말로 필요한 말만 했는데 말이지요.

어제 오늘 앉아서 일요일에 했던 말들을 돌이켜서보니 워낙 성질이 급해서 평소 말도 빠른지라 좀더 천천히 했더라면 제대로 할 수 있었을 것도 마구 빨리 말하려다 지저분하게 접속사나 접미어들이 붙어버리면서 버벅거린 것 같아 갑갑하고 아쉬웠습니다.
회화에 앞서 가져야 할 것은 좀더 차분한 마음가짐이려나요. -_-;


이야기를 바꿔, 일상 회화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하자면…
평소에 듣는 말 중에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건 상점에서 점원들이 하는 말.
일본 사람들과 일상에서 만났을 때야 내가 외국인인 걸 감안해서 듣고 말해주니 어느 정도 편한데 상점 같은 경우는 그쪽에서 내가 외국인인지 알 리가 없으니 빨리빨리 웅얼거려서 거의 매번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오죽하면 대나무숲조차도 집앞 수퍼에서 계산할 때마다 묻는 ‘팬카드(그 수퍼 마일리지 카드 이름) 가지고 계십니까’라는 말이 한참 지날 때까지 웅얼웅얼 들려서 대충 넘겨 매번 그냥 ‘はい(네)’ 했었다가 나중에 가만히 듣고 보니 ‘팬 카드 가지고 계십니까’ 였다고 하더군요.
본인은 ‘봉지에 넣어드릴까요’ 정도겠지 하고 대충 넘겼다는데 계산하는 사람은 꽤 황당했겠지요. ^^; 카드 가지고 있다면서 주지도 않고 그냥 계산하고 휙 가버리니…

회화 관련 실수들이야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저나 대나무숲도 이런저런 것들이 산더미지만 역시 지금까지 들은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건 아는 분이 상점에서 점원이 ‘회원 카드 가지고 계십니까‘(일본에도 여기저기 회원 카드는 참 징하게도 많음)라고 묻는데 ‘이이에(いいえ-아니요)‘라고 대답해야 할 걸 저도 모르게 ‘이라나이(いらない-필요 없어)‘라고 해버렸다는 이야기로군요. 조폭이나 야쿠자쯤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어요. ^^

by

/

10 responses

  1. 요즘엔 하드게이를 보며 일본어를 배우고 있어 ( ”)

    1. 리츠코

      그럼… 선배의 일본어는 요약하자면
      あたし、これいやだモン、日本語勉強フォ-
      인 겁니까. -_-;

  2. 키딕키딕

    맞아요. 편의점 갈 때마다 ‘저놈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췌~췌~

    1. 리츠코

      여기는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무슨 고유의 말투라는 게 있는 것 같음. 억양도 이상하고 말이지..–;;

  3. 크리스

    쇼프로만 많이 봤더니 표현이 아는 표현들이 영 그러네 -_-; 어제는 회식이어서 접속못했는데, 그러게 구글톡을 쓰라니깐…-_-;;;

    1. 리츠코

      쇼프로도 애니메이션만큼 잘못 배우기 쉽지..-_- 왠만하면 너무 많이 보지는 말지 그려.

  4. 크리스

    나마오죠사마(?) 만나고 싶다. 왠지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은 욕망이 솟을 것 같아.(예쁜 말투~) ^^;

    1. 리츠코

      나마오죠사마라고 하니 왠지 생선 같다. -_-;(수퍼에서 흔히 보는 나마에비라든지 뭐 그런 것 같음..;) 혼모노 쪽이 낫지 않남.
      아무튼 네가 다음번에 일본에 올 때까지 마사(라고 하더군, 이름이)랑 사귀고 있다면 만날 일도 있지 않을까남?
      네가 보내준 DVD는 코드가 안 맞아서 못 보고 있었다는데 지난주에 우리집에서 설명 듣고 갔으니 이제 곧 보겠군.

  5. …갖고 계시냐고 물었으니 있다고 대답하는것이죠.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으니.(……)

    회사에서 전화받을때
    ‘아, 조주임님? 거기 박주임님 계세요?’
    ‘있는데요.’

    …약 4초간 침묵

    ‘……바꿔주세요’
    ‘네. 박주임, 전화받아요~’

    …..그러니까 달라고 해야 주는겁니다.(…인생 이렇게 살면 한소리 듣습니다만.)

    1. 리츠코

      문제는… 저 당시에는 카드가 정말로 없었거든요(…)
      회사에서 전화 받을 때 그렇게 바꿔달라는 의미로 ‘계시냐’고 물었을 때 계신데요, 하고 가만히 있으면 엄청 썰렁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