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어 수업을 나간 타이밍이 좀 어정쩡해서 다음주까지 수업을 하고 한달동안 방학(…)을 한다고 합니다(그래서 봄부터 나간다고 했는데 주변에서 압박이 너무 심했음..-_-;).
오늘이 끝에서 두번째 수업이었던 셈인데 제가 처음 간 날부터 3월 8일에는 모두 모여서 각 나라 음식들을 만든다고 몇 주전부터 제법 준비가 거창해 보이더군요.

제가 있던 조는 원래 캐나다 분이 레시피를 가져와서 캐나다 요리를 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이 분이 재료와 레시피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으신 채 홀라당 그 뒤로 결석을 해버리셔서 부랴부랴 다른 프랑스 분이 제안한 프랑스 샐러드와 한국인인 저와 또 다른 한분이 구절판을 하기로 해두었습니다.

다양한 피부색, 다양한 나라에서 모여든 사람들.

다른 조들을 보니 타이 요리에서 루마니아 요리까지 종류도 다양한데다 나라들도 특이해서 재료나 기타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모두 시민관 측에서 제공을 하더군요.
시민관에 있는 조리실에는 그릇부터 시작해서 조리 기구까지 없는 게 없는 걸 보아 그곳에서 요리 강좌 같은 것도 있는 듯합니다.

보통 프랑스 요리까지는 듣거나 볼 일이 있어도 루마니아 요리까지는 접할 기회가 없다보니 각 나라 요리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더군요.
다만 막상 먹으려고 보니 요리들 맛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짠 걸 먹고 단 걸 먹고 매운 걸 먹고 그러는 동안 배속에 음식이 켜켜이 쌓이면서(…) 많이 먹기 힘들더군요(부페 가면 많이 못 먹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지도).

같은 동양권은 모르겠는데 역시 서구의 가정식이라는 건 우리네들이랑 입맛이 심히 다르기도 하더라구요. 저는 미국 팀의 자신작이라는 파이 한조각(한조각도 채 안 되는 크기였는데) 먹고 그 단맛에 질려서 완전히 나가떨어졌습니다. ^^;

그런 걸 보면 한국음식들의 양념이 비교적 글로벌한(?) 편인 것 같습니다. 구절판이나 궁중 떡볶이는 인기가 많아서 다들 어떻게 했는지 열심히 물어보더라구요. 그중에서도 우리 조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프랑스 분은 어찌나 열심히 물어보는지 오늘이라도 가서 당장 해볼 분위기더군요.;

이런 조리실에서 사람들이랑 모여서 요리를 만들어본 건 고등학교 때 가사 시간 이후 처음이었으니 감회가 새로웠달까요. 늦어지는 조가 있는 것 같으면 전혀 다른 피부색과 얼굴의 사람이 다가와서 팔 걷어부치고 서로 서툰 일어에 영어까지 섞어가면서 도와주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더군요.

구절판에 놓을 전병을 부치고 있으니 먼저 다가와서 뭘로 만드는 거냐고 관심을 가지고 보더니 결국에는 나서서 부치는 데에 거들어주기까지 한 인도분.
고향에서 호떡집(…)을 하시는건지 어찌나 전병을 동그랗게 척척 구우시는지 같은 조 언니랑 신기해했습니다..;

 

앞쪽에 각각 태그가 붙어 있었긴 한데 관심있게 보지를 못했네요.
최종적으로 한국 요리는 우리조의 구절판,
원래 한국요리조에서 만드는 오징어 소면과 궁중 떡볶이였는데 모두 많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중국쪽에서는 만두를 했는데 만두피도 좀 두꺼웠던데다가
무엇보다 만두를 찍어먹는 간장소스의 향료맛이 너무 강렬해서 한개 먹고 더 못먹었습니다..;

 

연어 샐러드는 간이 좀 짜서 그랬고 아래쪽의 요리는 정체불명이었는데 맛도 정체불명..;
(사진을 확대해보니 타이식 오믈렛이라고 되어 있네요..-_-;)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것이 미국팀의 레이즌 크림 파이라고 합니다.
한조각 먹어봤는데 건포도와 호두의 향연이 끝장나게 달아서(…)
그 뒤로 아무것도 못 먹었습니다..;

 

아래쪽에 보이는 것이 우리 조의 프랑스분이 만든 샐러드
쿠스쿠스라는 걸 썼다는데 저는 처음 듣는 재료였어요. (하임맘은 아마 알 듯?)

다음주를 마지막으로 한달 동안 방학이라고 하니 그 동안 어디 다른 문화 강좌 수업은 없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제가 나가는 시민관만 해도 시설이 좋아서 요리 수업 같은 게 있으면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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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으으. 만두…;ㅁ;
    중국식 큼지막한 만두는 정말 맛있더군요. 먹다가 지칠정도로 크긴합니다만.(…)

    1. 리츠코

      헉, 중국식 왕만두라니 생각만해도 침이 고이네요. 여기 만두는 전부 얄쌍한 것들이라 가끔 왕만두 생각이 나요. -_-(만들어 먹어야 하나…)

  2. gample

    왠지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인데요. 어제 TV에선 주한미군들이 김치만두가 맛있다고 만두빚는 모습이 나오던데.. 한식이 맛있다고 먹는 외국인을 보면 보는 제 쪽도 참 신기하단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엔 북한요리를 먹어봤는데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꽤 좋더라구요. 북한만두점을 한군데 본 곳이 있는데 기회되면 거기도 한번 찾아가봐야겠군요.

    1. 리츠코

      어제 느낀 거지만 한국 요리의 양념이 정말로 국경을 가리지 않고 무난한 것 같아요. 한국 요리나 중국쪽 만두 같은 건 싹 다 사라졌는데 서구 쪽 요리들은 남은 양도 꽤 돼서 비닐에 싸가는 분들이 좀 계시더라구요.

      북한만두는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예전에 북한냉면이 한참 유행할 때 먹어봤었는데 저는 좀 텁텁하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