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에 왔으니 벚꽃은 보러 가줘야지, 생각은 했지만, 날씨가 들쭉날쭉해서 언제쯤 가야 하는 건가, 어리버리 하는 사이에 도쿄의 벚꽃은 이미 다 피었더군요.
주중에 가와사키의 언니가 이번주는 벚꽃 구경을 해줘야 한다!고 알려줘서 그런가보다, 하고 어디가 좋은지 물어보니 일본 왕이 살고 있는 에도성의 뒷쪽, 구단시타의 치도리가후치를 알려주셨습니다. 생전 처음 듣는 곳이라 ‘아니 별 곳이 다 있네’ 했는데 찾아보니 무도관이 있는 곳이더군요.
벚꽃놀이 하면 흔히 들은 게 우에노 공원(…)이라든지 그런 쪽이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구단시타쪽으로 많이 간다고 하네요.
마침 집에서 전철을 타면 한번에 갈 수 있어서 위치면에서도 굉장히 편했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일요일에는 비가 온다고 하길래 오늘이 마지막이겠다 싶어 움직였는데 역에 내리니 역시나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로 역 전체가 인산인해더군요. 결국 이틀에 분산될 인파가 하루에 집중된 셈이지요.

나가서도 이렇게 움직이기가 곤란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나와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기에는 별로 문제가 없더군요. 공원 입구쪽에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느긋하게 이동했는데 한바퀴 빙 돌고 나오니 1시간 반 좀 넘게 걸렸습니다.

벚꽃떡과…
특제 타코야키라는 크기가 제법 큰 타코야키로 간단히 요기를 떼웠습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군요.

한국에 있을 때 별로 벚꽃구경을 다닌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일단 엄청나게 큰 벚나무들이 엄청나게 길게 늘어서 있는데다가 거기에 제각각 가득 벚꽃을 피우니 정말 압도당하겠더군요. 온천지가 벚꽃이라서 어디로 눈을 돌려도 벚꽃만 보입니다.
오늘 갔던 치도리가후치 쪽은 물과 벚꽃이 어우러져서 한층 더 운치가 있었네요. 비가 오고 나서 물 위에 벚꽃이 잔뜩 떨어지고 난 모습은 또 어떨지 좀 궁금해집니다.

원래는 오후에 구경하고 오모테산도의 요시토모 나라의 원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는 카페를 구경한 다음 해가 지면 다시 구단시타로 가서 밤벚꽃을 보고 싶었는데 일단 오모테산도로 이동하는 길에 다시 한번 사람에 치이고 나니 좀 엄두가 안 나서 밤벚꽃 구경은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이번 주말에 일본에 온 대나무숲의 친구분이 저녁때 가서 찍어오신 사진을 보니 밤도 밤대로 운치가 있고 좋긴 하네요.
내일 피곤해서 쓰러지더라도 움직일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잠시 들었습니다. ^^;

찍은 사진들을 평소처럼 500픽셀로 줄이니 좀 많이 안 예뻐서 평소보다 약간 크게 올려봅니다. 사진을 제대로 보실 분들은 사진을 클릭하세요.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자리 잡고 뭐 먹을 생각만 안 하면 돌아다니기에는 별로 힘들지 않더군요.
사람에 부대끼거나 뭐 그럴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호수에 은근히 배타고 노는 사람이 많았는데…
정말 좀 의외였던 건 여자가 노를 젓고 남자는 떡하니 앉아서 맥주 들이키는 광경을 꽤 자주 봤군요. -_-;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로 미친듯이 흐드러진 벚꽃 이라는 표현 뿐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버드나무처럼 늘어지는 벚나무가 있는데 이게 꽤 운치 있더군요.
공원 안의 연못인데 벚나무가 딱 한 그루만 보이는 것도
꽤 멋졌습니다
연못 안에는 올챙이가 바글바글.
저게 다 개구리가 되는 것도 좀 무섭군요. -_-;
크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벚나무. 저만큼 자라려면 시간도 꽤 걸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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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우리나라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군. 아니.안산….

    ………막상 벚꽃이 피어도 황사가 심해서 지난 주말에 서울에 나섰다가 숨막혀 죽는줄 알았다지… -_-;;;;

    1. 리츠코

      한국이 역시 여기보다 천천히 피는군. 여기는 이미 다 지나간 분위기일세.

      벚꽃 구경이 아니라 황사 구경을 하고 왔구먼. -_-;

  2. 잔디밭에 박스테이프로 줄 긋고 자리를 확보해야지!(…)

    1. 리츠코

      저도 만화에서 그런 걸 많이 봤는데 의외로 그렇게 치열한(?) 분위기는 아니더라구요.

  3. 으… 사진으로만 봐도 가고싶어지는군요 orz
    저런건 그냥 못본척 (…..;)

    1. 리츠코

      아닛, 외면하시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