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교토로 가는 전철역에서 교토에서 ‘알퐁스 뮈샤(Alphonse Mucha)전’을 한다는 팸플릿을 보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화가라 ‘이건 꼭 보고 말테다!’하고 별렀다가 마지막날 교토역에 짐을 맡겨두고 난 후 보러 갔었습니다. 마침 장소가 교토역에 있는 이세탄 백화점 안의 미술관이었거든요.
뮈샤의 활동 영역이 포스터, 장식판넬, 달력, 행사용 인쇄물, 잡지표지, 삽화 등 다양하다보니 실제 그림 크기들도 큼직큼직해서 웹에서 그림 파일로 보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박력있고 우아하더군요.
전시관은 그의 작품을 시대별로 파트를 나누어 전시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창기 사라 베르나르를 그린 극장 포스터들과 그 즈음이 가장 뮈샤답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인물들이 좀더 섬세해지는 대신 제가 좋아하는 뮈샤 특유의 선이 굵고 또렷한 맛은 좀 사라졌더라구요.
그의 다양한 연작 시리즈들을 한 자리에서 모아서 볼 수 있었던 건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백화점 안의 전시회쯤으로 생각하고 갔는데 관람객도 엄청나게 많고 연령층도 다양한데다 전시회 규모도 상당히 커서 놀랐네요.
뮈샤전을 본 후 이동한 곳은 킨카쿠지.
교토역 앞에서는 각 유명 관광지로 이동하는 버스가 다닙니다. 여기저기 많이 보러 다닐 예정이면 일일 승차권을 끊는 것도 경제적일 것 같네요.
버스는 우리나라처럼 길 건너편에 반대편으로 정류장이 있는 방식도 있긴 하지만 그냥 순환하는 버스도 많으니 잘 알아보고 타야 합니다.
킨카쿠지에서 나와 향한 곳은 료안지였습니다.
지도에 보니 킨카쿠지 근처인 것처럼 되어 있어서 그냥 걷기 시작했는데 중간의 표지판을 보니 1.3km 정도 거리더군요.
이 킨카쿠지에서 료안지를 거쳐 닌나지로 향하는 길은 키누카케노미치-흰 비단이 깔렸던 길-이라고 한다는데 이 이름은 우다 천황이 한 여름에 설경이 보고 싶어서(-_-) 기누가사산에 흰 명주를 걸게 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자동차와 버스가 다니는 평범한 길로 특별히 볼 건 없었어요. 왠만하면 그냥 버스 타셔도 될 듯.
료안지는 1450년 일본 중세 때의 무인 호소카와 가츠모토가 도쿠다이지 집안의 별장을 양도받아 세운 선종 사찰로, 앞뜰에 흰 모래를 깔고 크고 작은 15개의 돌을 배치한 가레산스이식 정원이 유명합니다.
이 가레산스이(枯山水)식이라는 게 뭔지 찾아보니 물을 사용하지 않은 정원, 즉 나무를 심어놓은 정원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하얀 모래 공간을 조성해 놓은 사원의 정원에 한해서 일컫는 말이라네요.
대청마루에 앉아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킨카쿠지의 휘번쩍한 금박을 본 후 이곳에 앉아서 정원을 보고 있자면 그 단아한 분위기에서’아, 이게 선(禪)이구나’ 하고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대나무숲은 킨카쿠지보다 이곳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더군요. 저는 양쪽 다 그 나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료안지를 마지막으로 저희 일정은 모두 끝났습니다.
보통 좀더 가면 있는 닌나지까지 본다는데 여행 내내 어찌나 날씨가 쨍하게 더웠는지 둘 다 이쯤에서 다음을 기약하자, 하고 교토역으로 돌아왔네요.
내 발로 마음 닿는대로 걸어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건 2년 전에 패키지 여행으로 갔을 때와는 확실히 차이가 컸습니다(물론 그때가 몸은 더 편했지만. ^^). 볼 수 있는 것도 느끼는 것도 무한했거든요.
특별히 일정을 짜지 않고 가이드북 한권 달랑 들고 출발한 것 치고는 그럭저럭 가볼 곳은 가본 것 같아 그 역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 )
오사카는 두번 가보고 나니 더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교토는 꼭 다시 한번 가서 못가본 곳들을 좀더 둘러보고 싶네요.
ps. 둘 다 사진찍는 걸 안 좋아해서 별로 안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추려보니 생각보다 꽤 되더군요. 근래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이 계시려나? -_-)은 http://utena.tistory.com/ 포스팅 패스워드 tea-leaf로 보실 수 있습니다. : )
2 responses
으. 저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orz
디노님도 다음번에는 칸사이 쪽으로 돌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