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수학은 매일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에…
시간을 알리기 위해…
돈을 관리하기 위해…
또한 범죄 분석에도 사용한답니다.
규칙성을 발견해서 행동을 예측하는 거죠.
숫자를 이용하면, 알려진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건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CSI가 과학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Cold Case가 오래된 동결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테마로 ‘시대물’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 NUMB3RS는 수학을 이용하는 수사물입니다.

1기 등장인물들.
2기부터는 오른쪽 끝의 여자 요원이 교체되더군요.

수학을 이용하는 수사라고 하면 왠지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일 것 같지만 뜻밖에도 주인공 엡스 가족에 중심을 둔 전체적으로 따뜻한 홈 드라마로군요.

얼마 전에 아내를 잃고 아직 채 슬픔이 가시지 않았지만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깨인 사상의 아버지 앨런 엡스와 믿음직한 맏아들이자 동생을 보호하는 형, 유능한 FBI 요원인 돈 엡스, 형을 도와 FBI에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나이를 먹어서도 막내 티가 팍팍 나는-수학 외에는 도무지 관심 있는 게 없는 (고등학교를 형과 동시에 졸업한) 수학 천재 찰리 엡스.

어릴 적에는 천재인 동생과 함께 같은 학년을 다녀야 하는 형으로서의 난감함도 있었겠고 자신의 또래가 아닌 집단에서 인기 많은 형의 그늘을 느껴야 했던 동생으로서의 고충도 있었겠으며 아버지 입장에서는 천재인 막내 아들의 재능을 100퍼센트 다 키워주면서 어떻게 하면 큰 아들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겠지만 다행히도 자식들은 다 잘 자라주었고 사회에 나와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우애를 돈독히 쌓아가고 있으니 모두 잘 풀렸달까요.

수사물인 만큼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이 세 가족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나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참으로 이상적이면서도 보는 내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생길 만큼 알콩달콩한 재미가 있습니다.
사건 해결에 쓰이는 수학적인 요소들도 잘 보다보면 꽤 이해할만 하고 말이죠.

NCIS에서 사건보다 팀원들의 만담(?)과 가족적 분위기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제작은 유명한 영화감독 형제인 리들리 스콧과 토니 스콧.


이쪽이 배우들 비주얼은 좀더 말랑한 듯

우연인지 최근 미국 드라마의 트랜드인지 모르겠지만 NUMB3RS와 비슷하게도 Supernatural 역시 동생을 끔찍히 보호하는 형, 그 형을 따르는 동생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세 부자를 메인으로 잡고 있네요. NUMB3RS에 비해 형제애 묘사나 가족들의 관계가 좀 섬세하지 못한 편이긴 합니다만.

이쪽은 수사물이 아닌 미국판 ‘전설의 고향’입니다.
어릴 적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생업을 다 팽개치고(…) 자식들마저 모두 퇴마사의 길로 끌어들여 아내를 죽인 범인(범령?)을 찾아다니고, 공부고 뭐고 대충 치우고 그 아버지를 쫓아다니며 퇴마사의 길을 걷는 큰아들 딘 윈체스터와 그 가업이 싫어 집을 뛰쳐나와 전액 장학금으로 스탠포드 대학을 마쳤으나 결국 다시 형과 퇴마를 하러 다니게 되고 마는 동생 샘 윈체스터가 주인공입니다.

한편 한편이 전형적인 저예산 공포영화의 코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데(다 보고 나면 ‘스크림’ 분위기의 영화를 여러 편 본 기분이 듬)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부기맨이라든지 블러디 메리 등 미국에 퍼져 있는 이런저런 괴담류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더군요.

1기에서는 형제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초자연적 현상들을 찾아가 퇴마를 하며 사라진 아버지의 자취를 쫓았는데 2기 1화에서는 전혀 앞을 예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 보고 나면 ‘저렇게까지 인생 망치면서 그 악령을 쫓아야겠냐’ 싶긴 하지만 이미 한번 굴러간 바퀴는 멈추기 힘든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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