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세월은 흐르는 물과도 같아(?) 어느새 결혼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부부가 30년을 살았다고 하면 언뜻 듣기에는 ’30년이나’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냥 살다보면 1년이 10년이 되고 10년이 30년이 되더라 라고 하시더군요. 더 잘 살고 싶다거나 크게 바라는 것도 없고 지금 부족해서 괴로워하는 것도 없으니 엄마 말처럼 그렇게 순리대로 앞으로도 평안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결혼기념일에는 뭘 할까 했는데 대나무숲이 ‘사고 싶은 건 마음껏 사시오, 핫핫(그런다고 살 수 있을리가..-_-;)’ 하는 호기로운 말과 함께 얼마전에 신요코하마에 생긴 IKEA에 가보자고 하더군요. 안 그래도 TV 프로에 가끔 나오는 걸 보면 가격도 꽤 괜찮은 것 같아 길을 나섰습니다. 마침 집에서 신요코하마까지 가는 직행 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네요. 먼저 다녀온 회사분 말로는 주말에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니 각오를 해두라고 하셨다는데 역앞 셔틀버스 정류장에 가니 정말로 줄이 엄청나더군요. 차 한대를 꽉꽉 채워 보내고 그 다음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요며칠 날씨가 화창해 하늘만 봐도 기분이 산뜻합니다.
신요코하마역 앞에서 셔틀을 기다리며 찍어본 것.
이런 셔틀을 역에서 매장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택배비를 아끼려고 차가 있는 사람들은 대개 차를 가져와서
주말에는 주차하는 게 더 큰 일이라네요.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를 해두었습니다.
제각각 상품에는 가격과 위치 태그가 붙어 있지요. 물건을 사려면 이 위치 태그를 잘 적어두는 게 중요합니다. 꼭 인테리어 전시회 온 기분이더군요.
지금 방이 좁아서 화장대가 마땅치 않은데 언제쯤에나 이렇게 예쁜 거울이 달린 화장대를 둘 수 있을까요. : )
매장 곳곳에 이렇게 제품 이름과 위치 등을 적을 수 있는 종이와 연필을 배치해둡니다.
적어둔 걸 가지고 1층으로 내려오면 이렇게 창고가 펼쳐지지요(…) 이제 여기에서 사려던 물건을 직접 찾아서 카트에 담은 후 계산해야 합니다.
오늘 산 건 컴퓨터 책상. 하나에 5천엔 정도였는데 나무 두께도 두툼하고 제법 견고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통 다른 데서는 이 가격으로 이 정도 퀄리티의 가구를 절대로 살 수가 없거든요. -_-;

IKEA는 스웨덴의 조립가구 브랜드로 지금은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곳인데, 일본의 가구들이 모두 한국과 똑같은 0 갯수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엔화면서!) 상당히 저렴하고 퀄리티도 좋은 브랜드였습니다. 매장 규모는 왠만한 백화점 하나 정도는 될 것 같은데 그 안에는 가구들을 인테리어해둔 쇼룸과 물건을 판매하는 창고, IKEA 브랜드의 가구와 식기들로 운영하는 식당 등이 있습니다. 내부 구조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무슨 개미굴(?)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리저리 뭐가 많아서 입구를 찾을래도 좀 헤매게 되더군요. 휴일이라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이 많아서 매장 안은 좀 정신이 없긴 하더군요. 게다가 목재 가구들도 많고 사람들도 붐벼서 내부 공기가 많이 탁해 아이들에게는 절대 좋을 것 같지 않은 환경인데 부모 손에 끌려온(…)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뒤집어대서 보기에 좀 딱하기도 했고요. 저희는 짐 때문에 돌아오는 길은 택시를 탔는데(택시비는 3천엔, 짐을 택배로 부치면 만엔…;) 택시 기사 말로는 평일에는 꽤 한산한 편이라더군요. 주말에는 심할 때는 계산하는 데에만 1시간씩 기다려서 도중에 짜증내고 물건 내려놓고 그냥 가버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나마 오늘은 좀 나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이런 아기자기한 그릇들로 장식되어 있더군요.
애피타이저 전체 메뉴 중에서 다섯 가지를 고르면 이렇게 모듬해줍니다.
비스마르크 피자(…)
안에서 직접 반죽 돌리는 것도 보이던데 그래서 그런지 피자 도우 맛도 꽤 괜찮았습니다.
구성은 심플한데 드레싱이 꽤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던 샐러드.
오랜만에 생각나서 시켜본 까르보나라. 위에 올려진 건 생햄인 것 같은데 짭짤하면서도 맛있더군요.
버섯 리조토. 소스가 데리야키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간이 적당했습니다.
후식으로 나온 라이찌 셔벗. 정말로 라이찌를 얼려서 간 것 같은 맛이 나서 맛있었습니다. -ㅠ-
카시스 셔벗.  카시스 맛이 좀 강해서 맛있긴 한데 많이 먹기는 힘들더군요.

사온 물건을 조립하고 나니 어느새 시간도 너무 늦어진 데다가 귀찮기도 해서 저녁은 집 근처 백화점 식당가에 있는 Bella Bella라는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해결했군요. 디너 메뉴 중에 2인용으로 나오는 세트 메뉴가 있길래 시켜봤는데 구성이 꽤 좋았습니다. 다 먹고 나니 배 불러서 집에 와서는 사온 케이크는 초만 켜보고 도로 냉장고에 넣어뒀네요..; 생각해보니 연애기간 4년에 결혼 생활 1년 동안 한번도 싸운 적이 없는, 무전투 기록을 세웠습니다(…) 제 성격이 %$^$%한 거야 알 사람은 다 아니 역시 대나무숲의 성격이 무던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고마운 일이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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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responses

  1. 우와… 벌써 1년이 갔나? (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1년 밖에 안 됐나 생각 중-0-)
    결혼 1주년 축하하이 ^^ 남들은 너무 안 싸우면 이것 저것 쌓였다 한꺼번에 터져서 큰일이라지만 그쪽을 보면 왠지 그럴 걱정이 없어 보이는 게 신기하달까… ^^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고 어여 2세 계획을 세워BoA요!

    1. 리츠코

      주변에서 의외로 그것밖에 안됐냐(-_-;)고 하더군요. 연애를 오래 해서 그런걸지도.

      싸우지 않을 뿐이지 서로 해야 할 말은 다 하고 있어서 쌓이는 게 크게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잘 모르겠네요. ^^;

      음, 2세. 요즘 가까이 사는 회사분 댁 아기가 7개월인데 정말 느무느무 귀여움. ㅜ.ㅜb

  2. 김인식

    벌써 1년이 지났다니….축하하오!!

    그리고 지금까지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니

    대단하오 @.@

    앞으로도 행복하게 지내시오~~

    근데 조카는 언제쯤 볼수있겠소 ㅡㅡㅋ

    1. 리츠코

      축하해줘서 고맙소.

      요즘은 뭐 하고 지내는 거야? 학교 다니는 건가?

      조카는.. 때 되면 볼 수 있겄지.. -ㅁ-(이제 슬슬 가져봐야지 생각 중임)

  3. 오옷! 벌써 1년이 지났네요~
    한 번도 안 싸우셨다니 그것도 대단; (두 사람이 모두 양보할 줄 아니까 그런 일도 있는 법!)
    항상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세요~ ^^

    1. 리츠코

      세월이 참 훌렁훌렁 잘도 가네요. :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