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요근래에는 책이라고는 거의 못읽고 살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읽었던 소설이 이 ‘콜링-어둠속에서 부르는 목소리’와 라스만차스 통신의 작가 히라야마 미즈호의 최근작인 ‘달콤한 나’였네요.
작품이 꽤 술술 읽히는 데다가 재미있어서 감상을 좀 남긴다 남긴다 하고는 두어달이 지났습니다만, 며칠전 TV에서 선풍기 아줌마의 근황이 나오는 걸 보고 다시 생각이 난 김에 짧게나마 포스팅.

일단 표지의 일러스트가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었네요. : ) 호러(?)물이라는 분위기가 풀풀 풍겨나오지 않나요.

이야기는 특수청소업―있어보이는 이름이지만 실은 끔찍한 자살이나 토막살인 현장, 오랫동안 방치되어 부패된 사체 등을 깨끗이 청소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준야와 레이가 어느날 욕조에서 수면제를 먹고 자살한 후 두달여간 방치되었던 시체를 치우는 일을 맡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소위 ‘그쪽’으로 영감이 발달한 준야는 자살한 여자-쓰시마 에미가 보내는 메시지에 점점 그녀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고 레이와 함께 사건을 파고 들기 시작하지요. 죽어도 아무도 찾지 않는 혈연도 친구도 없는 그 고독한 죽음의 이면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얽혀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작가는 지금의 사회가 추구하는 미에 대한 맹목성, 그리고 넷상에서의 인간관계가 가진 헛점 등을 다양하게 손대고 지나갑니다만 좀 욕심이 과했다 싶긴 해도 무리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더군요.

일본 작가의 작품임에도 모티브는 한국에서 얻은 것이었다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합니다. 읽고 나면 제가 왜 선풍기 아줌마 근황에 이 책이 생각났는지 알 수 있으실 듯. : ) 더불어 지금 뜨겁기 그지없는 광우병까지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니 슬슬 날도 더워지는 요즘에 한번쯤 읽어볼만한 작품이었네요. 스토리가 탄탄해서 여름에 맞춰 영화로 나와도 괜찮을 듯 하더군요.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어딘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군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읽은 동생도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마음에 드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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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호오, 말씀처럼 표지가 꽤나 인상적이네요.
    근데 호러라기 보단 그로테스크 쪽에 가깝지 않나 싶긴 합니다만… ^^;;
    리츠코님 소개를 봐서는 꽤나 보고 싶습니다만 제가 당연하게도 여린 감수성의 소유자라서 이런 공포물을 보면 ‘이 정도 쯤이야!!’ 라고 큰소리치며 실제론 눈을 꽉 감아버려서…. 호호호

    1. 리츠코

      저 정도쯤으로 그로테스크까지야… 호호.

      나중에 집에 오시면 망량의 상자 가져가시면서 같이 빌려가셔서 보심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