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재벌 이누가미 사헤는 젊은 시절의 은인 노노미야 다이니를 잊지 못하고 다이니의 손녀인 다마요가 사헤의 세 손자 중에서 한 명을 선택해 결혼하면 그 부부가 모든 유산을 얻게 된다는 유언장을 남긴다.
전쟁에서 얼굴을 다쳐 하얀 가면을 쓰고 돌아오는 바람에 누구도 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없는 첫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키요, 오만불손하고 의뭉스런 둘째 손자 이누가미 스케타케, 다마요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막내 손자 이누가미 스케토모. 이 세명의 손자들과 이누가미 집안은 유언장이 공표된 날 이후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차례로 살해된다.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는 이누가미 가문의 부를 상징하는 요키(도끼), 고토(거문고), 기쿠(국화)의 모양으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에 뛰어드는데…

항간에 ‘그가 가는 곳에는 살인이 일어난다’는 살인 탐정으로 유명한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의 할아버지, 즉 살인 탐정의 원조쯤 되는 긴다이치 코스케가 주인공인 소설 ‘이누가미 일족’. 일본에 있을 때 영화판이 개봉해서 광고하는 걸 보면서 무슨 내용인가, 궁금했었는데 마침 얼마전에 국내 어느 영화제에 개봉하면서 소설도 같이 출판이 되었더군요.

다 읽고 나니 ‘이 긴다이치 가계는 정말 살인을 몰고 다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더불어 살인의 시작부터 함께 있던 탐정 긴다이치가 마지막 사람이 죽어나갈 때까지 아무 손도 못 쓰다가 마지막에 줄줄이 추리만 읊어대는 장면을 보며 ‘아, 애초부터 살인을 막을 생각도 없었군’ 이라는 사실도 깨달았지요. -_-;

작품 속에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그 잔인함과 기괴함, 비도덕성에 혀를 차면서도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하는 건 아마도 아침 드라마를 죽어라 욕하면서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50년도 작품이니 세월이 꽤 오래됐는데도 이미 이때부터 이런 음산하고 기괴한 설정들을 추리 소설에 구사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더군요. 그런 설정들이 주는 묘미 때문에 일본 추리소설을 가끔 찾아보게 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하드커버라든지 표지와 본지가 분리되는 구조의 책은 귀찮아서 싫어하는지라 이 책이 표지와 본지가 붙어있는 장정인게 마음에 들었는데 가격을 다시보니 그런 것 치고는 별로 저렴하지는 않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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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역시 김전일 일가 주변에 있으면 사망플래그가 뜬다는 공식은 변하지 않는군요 =_=
    … 나중에 김전일 미유키랑 결혼해서 자식 얻으면…. 우와;

    1. 리츠코

      김전일이 미유키랑 결혼해서 자식을 얻으면 그야말로 몰살의 긴다이치가 탄생할지도…

  2. >> 살인의 시작부터 함께 있던 탐정 긴다이치가 마지막 사람이 죽어나갈 때까지 아무 손도 못 쓰다가 마지막에 줄줄이 추리만 읊어대는 장면을 보며

    ……우와, 그래도 손자는 몇 명은 살려서 건지던데 할아버지는 몰살 코스로 달리나 보군요.
    손자 쪽이 그나마 많이 착해진 것이었네요. (먼산)

    1. 리츠코

      할아버지 쪽은 거의 살인을 관람하는 수준이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