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귀국 비행기는 4시.
아침 먹고 린양이 가보고 싶어했던 리조트 앞 해변에 들렀다.

리조트에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은 데크가 깔린 제법 운치있는 산책로였는데 초입의 경고문은 좀 무서웠다. 😑(그냥 뱀도 아니고 독사…)

뭔 생각을 하며 저리 서 있었을고.

바닷바람 한껏 들이마시고 숙소에 와서 느긋하게 짐정리 마친 후 우리 가족의 여행 마무리 행사가 된 가족사진을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찍은 후 체크아웃 시간 맞춰 나와 공항으로 향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을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동할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에 묵은 호텔은 콘도형 리조트 ‘카후’라는 곳이었는데 깔끔하고 침실 넉넉하고(삿포로 여행 때 린양이 이제 많이 컸다는 걸 생각 못하고 방을 잡았다가 세 식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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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침대에 이렇게 잔 전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침대 넉넉하게 잡았다더니 과하게 많았다;;

인테리어 깔끔하고 무엇보다 전자렌지, 냉장고, 인덕션까지 갖춰져 있어서 밖에서 도시락 같은 걸 사오더라도 데워먹기 편해서 너무 좋았다. 1박에 1인당 만엔 정도.

우리 식구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베란다의 소파베드.

저기 앉아 있으면 하염없이 바다를 볼 수 있다.

보통 오키나와는 이맘때가 비수기인데 어차피 바닷물에 들어갈 생각이 없으니 태풍 걱정 안 해도 되고 다니기 적당히 따뜻해서 우리 가족에게는 지금이 성수기. 😃


이번 여행에서 정말 잘 쓴 아이템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청소기 없이 손으로 말면서 바람을 빼면 압축이 되는 옷 압축팩과 우연히 한혜진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산 여행용 세면가방.

매번 세면도구, 내 기초 화장품 등등 한곳에 몰아 담기가 애매했는데 트래블백 파우치 하나 사니 수납도 꽤 많이 되는 데다가 한번에 모두 몰아 담을 수 있어 편했다.
압축팩은 40*60 사이즈로 샀는데 세 식구 갈아입을 옷을 각각 비닐 하나하나에 나눠 담고 바람 뺀 다음 반으로 접어서 여행 가방에 넣으니 평소보다 가방 빈자리가 엄청 넉넉해졌다. 여벌로 한두장 더 가지고 가서 속옷 양말 같은 빨랫감도 한 장에 몰아 마지막 날 두르르 말아서 바람 빼고 압축하니 자리도 적게 차지하고 딱 좋았다.
별 것 안 산다고 해도 돌아올 때는 항상 뭔가 자잘하게 짐이 늘어서 쑤셔넣는 게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자리가 많이 비어서 차곡차곡 각 잡아 배치해서 넣어왔다.

세 식구 누구 하나 불평도 없고 의견 갈리는 일도 없이 사부작사부작 재미있게 돌아다녔던 여행.


3년만의 해외 여행이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가, 새삼 옆사람의 여행 매너에 감동했다.

옆사람은 여행을 가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모드가 강해지는데 숙소 안의 식당이라든지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라든지 가야 할 동선을 먼저 가서 체크해놓고, 전날 늦게 들어오느라 차를 숙소에서 멀리 세웠으면 아침에 일어나 나가서 미리 가까이 차를 가져다 둔다. 지금까지 출국하면서 입국신청서도 비행기 안에서 가족 것 모두 본인이 알아서 써서 결혼한 후로 내가 내 걸 적은 적이 없는데(내가 써달라고 한 적은 없다. 써주길래 그냥 뒀을 뿐…😶 이번에 입국할 때는 미리 QR로 신청해놓고 들어가서 너무 편하다고 좋아하더란.;;;) 이렇게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편하게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니 출발 전에 짐을 쌀 때나 집에 와서 짐을 풀 때 아무런 불만도 없이 ‘이거라도 내가 하자’ 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게 된다…;
이번 여행도 모든 선택이 완벽했소. 👍

어쨌거나 내일은 세탁기 돌리고 짐 정리해 넣고 요가와 운동으로 다시 일상의 리듬을 찾아야지.

마무리는 이번 여행의 쇼핑템. 커피 머신 위에 두려고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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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난다

    악 마스터 귀엽! 근데 일본 봉제인형 부드러움이 코로나사이 업그레이드 되지 않았어요? 포켓몬만 그런가 했다가 무슨 빌딩 굿즈마저 너무 보들보들해서 업어올뻔 ㅠ 완벽한 여행 플래너 JK님 그러고보니 그댁도 3인 모두 J죠? ㅋㅋ우리집 상황과 매우 비슷함

    1. Ritz

      빌딩 굿즈 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봉제 인형들이 다 엄청 부들거렸어요. 누구 선물할 일이 있어서 시나모롤 인형을 집었는데 엄청 촉감이 좋아서 내가 살 뻔;;
      저 마스터 인형은 신랑이 보더니 커피 머신에 두고 싶다고 해서 샀어요.

      그죠… 생각해보니 우리집 식구 모두 J… 그집도 왠지 우리집이랑 비슷할 것 같음요. ㅋㅋ

  2. 디멘티토

    든든한 옆지기를 두셨군요. 그런 동반자가 있으면 여행 다니기 정말 편할 것 같아요. 저렇게 멋진 바다 풍경을 두고 돌아서기엔 많이 아쉽겠지만요.
    사진과 글에 여유로움이 가득해서 저도 편안하게 둘러본 듯한 느낌이 드네요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1. Ritz

      결혼하니 여행 스타일이 맞는지도 의외로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어디 가든 뭘 많이 보기보다는 천천히 다니는 걸 좋아해서 그런 면이 잘 맞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 ) 여행사 패키지보다 훨씬 좋은 가이드지요. ^^;;
      안그래도 아침에 옆사람이 일어났는데 파도소리가 들려서 놀랐는데 집 밖의 차 소리였다고 해서 어이없어 웃었네요. ㅋㅋ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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