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갑자기 정우철 도슨트가 설명하는 전시회를 하나 듣고 싶어서 찾다보니 가까운 예술의 전당에서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을 하고 있길래 얼리버드 티켓을 끊었는데, 정작 이 도슨트가 설명하는 날은 화요일 하루 뿐. 화요일은 린양도 바쁘고 옆사람도 일을 해야 하니 차일피일하다가 티켓 기한이 거의 다 돼서야 다른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다.
생소한 화가일수록 도슨트 설명이 크게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도슨트 계의 피리부는 사나이다운 매끄러운 설명과 함께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는 1929년생, 프랑스 화가로 프랑스 미술의 황금기 거장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마지막 화가다.(올해로 94세, 작년까지도 작품활동을 했었다고…)
그의 부모는 모두 화가였고, 특히 아버지는 알폰스 무하의 제자였는데 예술가의 집안에서 자란 브라질리에는 일찍부터 예술을 시작했고 프랑스 최고의 예술학교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한다.
파리에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을 때 야수파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양드레 드랭, 블라맹크등의 야수파 화가들과 교류하며 같은 아트딜러와 일했다. 자연스럽게 야수파 그림들을 빠져들었다.
마티스의 ‘춤’에서 감성과 이성의 완벽한 균형을 발견했다. 그가 마음 속 깊이 존경했던 마르크 샤갈과 예술적 교감을 하며, 서로의 작품에 존경을 가졌다.
지난 세기 급변하는 미술사조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20세기 거장들의 회화의 힘을 믿는다. 모더니즘은 시대를 반영하지만,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화는 전시회 가서 원화를 보는 맛이 있어서 좋다.
블로그에 그림을 붙이면서도 아까 원화는 이 느낌이 아니었는데 갸우뚱할 정도.
열 살 즈음에는 덩케르크 한복판에서 가족과 함께 전쟁을 겪었고 가정을 이룬 후에는 다 자란 자식을 잃기도 하며 세상을 헤쳐나온 이 노화가는 ‘이 세상에는 이미 고통과 아픔이 많으니, 그림 만큼은 보는 이가 편안하고 행복할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는데,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녹색이 아닌 ‘푸른’ 숲과 푸른 말들,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석양, 알록달록 수많은 음악회 그림들, 그가 만나기 전부터 이미 사랑하고 있었다는 아내 샹탈의 그림 등은 보는 내내 저절로 행복했다.


도슨트를 듣지 않더라도 전시장 안을 한껏 밝히는 작품들만으로도 한번쯤 볼 만했던 전시회.
요며칠 마음이 좀 심난했는데 덕분에 기분이 좀 화사해졌다. 이런 게 아마도 예술의 힘.
+저녁 먹다가 오늘 도슨트에게 들은 이야기-화가가 결혼 전에 주로 그려온 그림 속의 여자와 실제 결혼한 여자가 굉장히 닮았는데, 브라질리에는 부인이 된 샹탈을 보자마자 자신의 뮤즈라고 생각해서 만나고 석 달 뒤에 결혼했다고 했더니 린양 왈,
“무슨 배우자 기도 같은 건가”.
야….-_-

Leave a Reply to PRC Canc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