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갑자기 정우철 도슨트가 설명하는 전시회를 하나 듣고 싶어서 찾다보니 가까운 예술의 전당에서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을 하고 있길래 얼리버드 티켓을 끊었는데, 정작 이 도슨트가 설명하는 날은 화요일 하루 뿐. 화요일은 린양도 바쁘고 옆사람도 일을 해야 하니 차일피일하다가 티켓 기한이 거의 다 돼서야 다른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다.
생소한 화가일수록 도슨트 설명이 크게 도움이 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도슨트 계의 피리부는 사나이다운 매끄러운 설명과 함께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유화는 전시회 가서 원화를 보는 맛이 있어서 좋다.
블로그에 그림을 붙이면서도 아까 원화는 이 느낌이 아니었는데 갸우뚱할 정도.
열 살 즈음에는 덩케르크 한복판에서 가족과 함께 전쟁을 겪었고 가정을 이룬 후에는 다 자란 자식을 잃기도 하며 세상을 헤쳐나온 이 노화가는 ‘이 세상에는 이미 고통과 아픔이 많으니, 그림 만큼은 보는 이가 편안하고 행복할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는데,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녹색이 아닌 ‘푸른’ 숲과 푸른 말들,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석양, 알록달록 수많은 음악회 그림들, 그가 만나기 전부터 이미 사랑하고 있었다는 아내 샹탈의 그림 등은 보는 내내 저절로 행복했다.
도슨트를 듣지 않더라도 전시장 안을 한껏 밝히는 작품들만으로도 한번쯤 볼 만했던 전시회.
요며칠 마음이 좀 심난했는데 덕분에 기분이 좀 화사해졌다. 이런 게 아마도 예술의 힘.
+저녁 먹다가 오늘 도슨트에게 들은 이야기-화가가 결혼 전에 주로 그려온 그림 속의 여자와 실제 결혼한 여자가 굉장히 닮았는데, 브라질리에는 부인이 된 샹탈을 보자마자 자신의 뮤즈라고 생각해서 만나고 석 달 뒤에 결혼했다고 했더니 린양 왈,
“무슨 배우자 기도 같은 건가”.
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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