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ろか, 2023)

마지막으로 지브리 애니를 극장에서 본 게 언제인가 찾아보니 <바람이 분다>였던 모양. 이 작품이 미야자키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이었다는데 세월이 어느새 그렇게 흘렀나 싶다.

궁금해서 틀었는데 그리고 3분만에 빵 터졌다.
주인공이 아버지와 전쟁을 피해서 간 곳이 사기누마인데 예전에 일본 살 때 살던 동네 바로 근처여서 린양이 태어난 곳이 저 동네 산부인과라(밥이 맛있다고 해서 특별히 거기로 정했었다. 수술하고 일주일 넘게 입원해 있었는데 밥 맛있는 데로 고르길 잘했지) 린양에게 이야기해주니 “얼~ 주인공이 나랑 동향인가” 라더란. 그러나 저 소년은 도쿄에서 간 거라 동향은 아닌 걸로. 🙄

사기누마가 한자로

鷺沼

풀이하면 해오라기(왜가리) 연못쯤 되니, 작품 내용을 생각하면 뜻 때문에 배경으로 정한 모양.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마히토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의 고향으로 향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보금자리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던 마히토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왜가리 한 마리가 나타나고, 저택에서 일하는 일곱 할멈으로부터 왜가리가 살고 있는 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히토는 사라져버린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탑으로 들어가고, 왜가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세계의 문을 통과하는데…

오랜만에 보는 지브리 작품인데 다 보고 난 감상은

  • 센과 치히로 때부터 슬금슬금 심해졌지만 설정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어서 여전히 불친절하다. 그리고 앞으로도(앞이 있다면) 쭉 불친절하겠지. 😑 적어도 <라퓨타>를 볼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왜 시타가 도망을 다녀야 하는지, 라퓨타가 왜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있었잖여. 이렇게 대충 이야기해도 감독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본다니. 🤨
  • 제발 성우 좀 써줬으면. 미야자키 감독이 성우 그룹이랑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분다>의 안노 히데아키 사태 이후로 배우들의 애니메이션 연기 너무 거슬린다.
    생각난 김에 딸내미에게 <바람이 분다>의 안노 연기를 보여줬더니 그녀 왈, “일본 만화에서 카타카나로 써있는 대사가 어떤 건지 알겠다”고 하더라.

나에게 이 작품은 저 긴 제목과는 크게 상관없이 엄마의 죽음도 새엄마의 등장도, 그리고 새로 생길 동생에 대해서도 누구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야기해주는 사람 없이, 그저 일이 닥칠 때마다 무방비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마히로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고 전작인 <바람이 분다>보다는 이 감독 특유의 하늘과 소년과 소녀, 모험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점은 좋았다. 그러나 굳이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를 열고 그 안에서 다시 지브리 특유의 유럽 여기저기를 짜깁기한 듯한 예쁘고 화사한 것들을 보여줄 거면 지난번 <바람을 분다>도 그렇고 시대 배경을 왜 자꾸 그때로 잡는지도 모르겠네🤨.(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 이야기만 하게 된다더니, 그런건가…)

Ritsko Ava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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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neGuitar Avatar

    저는 심지어 보다가 졸았어요. 추후에 이 영화가 의미하는 바와, 캐릭터가 상징하는 감독의 주변인물에 대한 해설을 듣는데, 한 마디로 좀 벙찐 기분?
    그치만, 그런거 다 모르고 봤는데도 너무 감동적이어서 펑펑 울면서 봤다는 사람도 있어서 ㅎㅎㅎㅎㅎㅎ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1. Ritsko Avatar
      Ritsko

      중간에 엄청 늘어지던데요. 의미없이 반복되는 느낌도 있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 앵무새 대왕인지 뭐시긴지는 대체 무엇이고.
      저는 애니 정도는 작품을 보면서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_-;
      근데 딸내미 말로는 트위터에 저걸 백번 가까이 본 사람이 있었대요. 역시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가봐요. ( ”)

  2. 나무 Avatar

    중의적 의미를 찾기 전에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제게 이 영화는 결말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아마 꼰대가 됐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답니다. 아직도 움직이는 성이 동산인지 부동산인지 궁금하답니다.

    1. Ritsko Avatar
      Ritsko

      오늘 만난 친구랑도 이야기했는데 러닝타임이 너무 길었어요. 중간에 늘어져서 엔딩 쯤에는 집중력이 이미 모두 도난당한 상태.;; 엔딩도 너무 뜬금없었고요.

      하울의 성이랑 좀 비슷한 개념(?)의 배 같은 건 어느 쪽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자동차, 배. 비행기 등은 실제적 동산이지만 법율적으로 부동산(준부동산이라고도 하는 모양)이라고 친대요. ㅋㅋㅋ 하울의 성은 대충 저쯤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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