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지브리 애니를 극장에서 본 게 언제인가 찾아보니 <바람이 분다>였던 모양. 이 작품이 미야자키 감독의 10년만의 복귀작이었다는데 세월이 어느새 그렇게 흘렀나 싶다.
궁금해서 틀었는데 그리고 3분만에 빵 터졌다.
주인공이 아버지와 전쟁을 피해서 간 곳이 사기누마인데 예전에 일본 살 때 살던 동네 바로 근처여서 린양이 태어난 곳이 저 동네 산부인과라(밥이 맛있다고 해서 특별히 거기로 정했었다. 수술하고 일주일 넘게 입원해 있었는데 밥 맛있는 데로 고르길 잘했지) 린양에게 이야기해주니 “얼~ 주인공이 나랑 동향인가” 라더란. 그러나 저 소년은 도쿄에서 간 거라 동향은 아닌 걸로. 🙄
사기누마가 한자로
鷺沼
풀이하면 해오라기(왜가리) 연못쯤 되니, 작품 내용을 생각하면 뜻 때문에 배경으로 정한 모양.
오랜만에 보는 지브리 작품인데 다 보고 난 감상은
- 센과 치히로 때부터 슬금슬금 심해졌지만 설정에 대한 설명이 너무 없어서 여전히 불친절하다. 그리고 앞으로도(앞이 있다면) 쭉 불친절하겠지. 😑 적어도 <라퓨타>를 볼 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왜 시타가 도망을 다녀야 하는지, 라퓨타가 왜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있었잖여. 이렇게 대충 이야기해도 감독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본다니. 🤨
- 제발 성우 좀 써줬으면. 미야자키 감독이 성우 그룹이랑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이 분다>의 안노 히데아키 사태 이후로 배우들의 애니메이션 연기 너무 거슬린다.
생각난 김에 딸내미에게 <바람이 분다>의 안노 연기를 보여줬더니 그녀 왈, “일본 만화에서 카타카나로 써있는 대사가 어떤 건지 알겠다”고 하더라.
나에게 이 작품은 저 긴 제목과는 크게 상관없이 엄마의 죽음도 새엄마의 등장도, 그리고 새로 생길 동생에 대해서도 누구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이야기해주는 사람 없이, 그저 일이 닥칠 때마다 무방비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마히로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고 전작인 <바람이 분다>보다는 이 감독 특유의 하늘과 소년과 소녀, 모험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점은 좋았다. 그러나 굳이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를 열고 그 안에서 다시 지브리 특유의 유럽 여기저기를 짜깁기한 듯한 예쁘고 화사한 것들을 보여줄 거면 지난번 <바람을 분다>도 그렇고 시대 배경을 왜 자꾸 그때로 잡는지도 모르겠네🤨.(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 이야기만 하게 된다더니,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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