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든 ‘틀어놓고 bgm처럼 소비하는’ 편인데 이 플루토는 첫 화를 보고나니 내용이 무거워 기분이 너무 가라앉아서 그렇게 한번에 몰아서 볼 자신이 없어 하루에 한 편씩 차근차근 봐 나갔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끝.
원작 만화도 분명히 보다 말았는데 어디까지 봤더라, 해서 찾아보니 놀랍게도 3권까지나 봤었더란. 벌써 17년 전이니 당연히 그쪽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채로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았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으로 <철완 아톰>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지상 최강의 로봇 편을 토대로 그렸다. 처음에 원작을 읽을 때 내가 어릴 때 보던 애니메이션 아톰과 너무 달라서 당황했는데 한참 뒤에야 그 중 에피소드 하나만 가지고 만든 이야기라는 걸 알았더랬다.
각 에피소드의 러닝 타임이 한 시간 정도. 완성도도 높아서 옛날 OVA 시절 작품들 생각도 났다. 우라사와 나오키 특유의 간결한 그림체를 애니로 밋밋하지 않게 재현해낸 점도 인상적.
랩탑에서 지루한 장면은 빨리 돌리며 보는 게 습관이 됐는데 이 플루토는 처음부터 끝까지 티비로, 단 한 순간도 스킵하지 않고 감상했다.
노스 2호의 이야기도, 헬레나와 텐마 박사의 조우 장면도 한참 먹먹하게 마음에 남아서 그 자리에서 다음 화로 넘기며 그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아껴서 볼 만했던 작품.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인간은 왜 굳이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만드는 데에 저렇게 열심인 것일까.
인간과 가깝다고 해서 그들을 인간과 똑같이 대우해주지도 않으면서, 인간이라는 게 그렇게 자랑할만한 일일까.
거짓말을 할 수 있고 타인을 하찮게 여길 수 있는 게 로봇과 구분되는 인간이라면, 인간은 참으로 무용한 존재다.
고도로 인간과 가까운 로봇이 있다면 그 로봇은 인간일까, 로봇일까.
사고로 인체의 ‘대부분’이 기계화된 인간과 로봇은 대체 무슨 차이일까.
그걸 구분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마지막에 아톰은, 피노키오는 인간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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