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어떤 필요에 의해 누군가의 자취를 따라간다는 구성은, 특별히 스릴감있거나 하지 않고 잔잔하지만 읽다보면 어느 시점에서도 끊을 수 없는 면이 있다.
이 우행록은 ‘그림처럼 단란했던 일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후 주변 사람들의 눈에 비쳤던 그 가족의 모습을 알아간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면에는 당연하게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들이 드러난다(이마 이치코의 어른의 문제에서 그러지 않았던가. 사람에게는 누구나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있다).
더불어 중간중간 별도의 장에서는 한 여인의 고백이 이어져 전체적으로 보면 두 권의 소설이 마지막에 하나의 강에서 만난다는 느낌.

사람이 누군가 다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드러나는 이중성(자고로 말은 양쪽 다 들어봐야한다)에 대한 묘사가 발군이고 제각각 흩어져있던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나로 묶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다만 소재나 사건이나 하나같이 과격해서 다 읽고 나니 썩 기분이 쌈박하지 않다는 게 흠.(이거야 작품 고유의 개성이겠지만)

우행록6점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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