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미리 배선만 빼둬서 호스가 밖으로 튀어나와 보기 흉했던 린양 방에 에어컨을 달아주면서 이제 대충 살 건 다 산 것(?) 같아 겸사겸사 인테리어 이야기나…

이사가 결정되고, 인테리어를 하고 들어와야겠는데 이 비용이라는 게 지금까지 내가 쓴 중에 가장 자릿수가 높은 돈 단위가 들어가는 일이라 어정쩡하게 손을 댔다가는 돈은 돈대로 들이고 후회가 남을 것 같아 작년 말부터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었네요.

처음에는 네이버에서 제일 유명한 인테리어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남이 올린 집 사진들도 토 나오게(…) 많이 보고 그쪽 게시판에 견적의뢰 글도 올려봤는데 그 때 처음으로 알게된 건 ‘아, 정말 세상에는 인테리어 업체가 너무나도 많구나…’ 였습니다. -_-; 글을 올리고 한 일주일동안 끊임없이 견적메일과 쪽지를 받았던 것 같아요. 견적서마다 단가도 조금씩 다 다르고 거기 적혀있는 용어들이 뭔지 알 수가 없는 것도 문제더라고요. 남이 올린 집 사진을 본다 한들 우리집과 구조가 다 다르니 크게 도움도 안되는 것 같고…

그래서 일단 다시 방향을 바꿔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들 중에 요즘 인기가 많은 곳이 어디인지 검색해보고 자주 등장하는 이름들을 몇개 추려 그 홈페이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게 차라리 더 쓸모가 있었어요.(인테리어 계획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
요즘은 워낙 인테리어 관련 업체들이 많다보니 자기네들이 홍보용으로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를 이용해서 작업한 포트폴리오들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많이 올려뒀더라고요. 작업한 사람이 공사한 포인트도 설명해두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 아이디어를 참고하기도 좋았고요.

당분간 이사할 계획이 없다보니 가능하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스타일로 작업하는 곳을 원했는데, 그런 방향으로 작업하는 업체 중에 제일 눈에 드는 곳이 있어 좀더 자세히 알아보니 제법 단가가 쎈(-_-) 업체더라고요. 예산이 그렇게까지 넉넉한 편도 아니어서 이래저래 고민하다보니 갑자기 문득 지인 중에 한 명이 언뜻 인테리어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났네요. 어느 회사를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 친구한테 원하는 걸 말하고 맡겨볼까 싶어 연락을 해봤는데 어찌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는지 그 친구가 딱 내가 원했던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만나서 우리가 대충 생각하는 예산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니 고맙게도 ‘세상에 못 맞출 견적은 없다(!)’며 작업을 맡아주었습니다.

의뢰를 맡기면서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이나 방향 같은 건 없었고 미리 부탁했던 건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무난한 스타일, ‘수납’과 ‘냉장고가 거실에서 안 보이는 것’  이었어요. ^^;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 집은 결국 가벽으로 시작해서 가벽으로 끝났다고 봐야할지도… 적절한 가벽 사용은 꽤 유용했습니다.)

기존에 살던 집과 같은 평수, 같은 구조인 집으로 이사하는 거라 살면서 불편했던 점은 보완하고 그러면서도 좀 다르게 느껴지기를 원하긴 했는데 그 친구가 가져온 디자인은 그럼에도 생각했던 것보다 꽤 파격(?)적이었어요..;
평면도만 가지고는 도무지 어떻게 될지 짐작도 안가고 아이디어는 너무 좋아보여서 며칠을 잠 설치며 고민하다가 그대로 진행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역시 이런 건 전문가를 믿어야하는 법인가봅니다.
워낙 자잘하게 고르는 걸 괴로워해서 디자이너분에게 타일이든 벽지든 생각하실 때 제일 괜찮은 걸로 3-4가지만 보여달라고, 거기에서 고르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결국 전문가가 제일 미는 것들이 정답이더라고요.

이미 인테리어를 해본 사람들의 조언대로 역시나 공사 들어가니 연식이 있는 집이라 이래저래 추가로 손을 봐야 할 곳들이 많아서(아래가 물기 때문에 다 썩어 결국 새로 교체한 화장실 문짝이라든지 결로 때문에 단열을 다시 넣어야했던 안방 화장실 벽이라든지… 기타등등 기타등등…) 생각했던 예산보다는 오버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결과물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흡족해서 그걸로 만족하고 있어요.
게다가 디자이너를 믿을 수 있으니 제가 공사를 자주 보러 올 필요도 없었고(자주 와서 공사 현장 체크해줌) 본인 집마냥 신경써서 작업해주시는 게 보여서 여러모로 안심도 됐고요.

벌써 두어달 지났다고 슬금슬금 처음만큼 열심히 안 치우게 돼서 더 늦기 전에 기념으로 사진이라도 남겨놓자 싶어 찍은 김에 글로도 기록을. : )

이 집이 원래 굉장히 뻥 뚫린-짜장면 배달 시키면 거실에서 온 식구 인사하면서 그릇 받아야 하는- 구조라서 현관을 분리하고 싶었는데, 옆사람은 중문을 달면 현관이 너무 갑갑하고 비오거나 하는 날은 습하기까지 해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더니 현관 오른쪽과 정면에 가벽으로 전실처럼 분리를 했어요. 디자이너는 정면에 포인트 등, 아래에는 작은 스툴을 두는 걸 추천했는데 지금은 가능하면 가구를 늘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간단하게 그림만 하나 걸어두었네요. 벽에 미리 배선을 빼두어서 원하면 언제든 포인트 등은 달 수 있도록 해줬어요.
식탁을 거실 베란다의 확장된 쪽으로 보내면서 부엌 디자인에 꽤 유용한 변화를 줄 수 있었어요. 오른쪽에 수납장을 짜서 넣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짐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안에서 보면 요런 식. 사진 오른쪽 ㄱ자로 꺾인 가벽 안쪽에 냉장고가 들어갔지요.
거실 정면. 티비장을 없애고 타일 단으로 처리한 대신 오른쪽으로 수납공간을 짜서 넣었습니다. 이 타일 단은 우리집에서 제일 호불호가 갈리는 곳인데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어색하다 하시고 우리 나이 또래 사람들은 좋게 보시더라고요. 수납공간은 깊이가 제법 깊어서 시디, DVD 수납이 꽤 많이 돼요.
냉장고 위치가 거실 쪽으로 많이 나오면서 기존에는 거실에서 부엌으로 가는 통로였던 공간이 마치 모두 부엌인 것처럼 바뀌었어요. 싱크대가 ㄷ자로 꺾이면서(이 집에서 이럴 공간이 나올 줄은 몰랐음;;) 예전 집보다 엄청나게 수납도, 조리 공간도 늘어났지요. 평소에 세 식구만 식사할 때는 저기에서 먹어요.(거실까지 그릇 나르기가 은근 귀찮더란..;)
벽쪽으로 폭 30센티 정도의 수납장을 짜서 넣었어요. 너무 깊지 않아서 오히려 수납하기에 편하네요. 도면으로 봐서는 지나다니기가 빠듯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린양 방 침대는 저 침대를 살 때부터 계획했던대로(…) 다리를 붙여서 아래에 수납공간을 확보했어요. 높이가 많이 높지는 않아서 재울 때 부담도 덜하고요.원래는 아래에 넣을 서랍장을 맞출 생각이었는데 한샘에서 나온 제품 하나가 정말 딱 맞게 들어가서 훨씬 싼 가격으로 해결했네요.(맞추려던 가격의 절반 정도?)
방이 서향이라 여름에 많이 더웠다는, 전에 살던 분 조언으로 일단 에어컨 설치.
이 아파트는 비율로 보면 거실과 안방이 같은 평수 다른 아파트에 비해 커요. 대신 방 두개와 부엌, 화장실 등이 작아진 기괴한 구조…(거실과 안방에서만 살라는 거냐. -_-) 그래서 가벽으로 공간을 나눠서 옷장 근처에 드레스룸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겉으로 옷장이 거의 안 보여서 좋아요;;
가벽 뒤쪽으로는 이런 모양이 되지요.

거실욕실은 그레이톤, 안방은 아이보리톤으로.

린양에게 중간방을 주고 서재방(이라고 쓰고 컴퓨터실이라고 읽어야하나)은 제일 작은 문간방으로…
마지막은 이런 집수리 이야기의 백미(?)인 공사 전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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