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보고온지 며칠 지났지만 간단히 기록 삼아.

방학동안 문화생활 삼아 린양과 앤서니 브라운전을 보러 갔는데 보다보니 나도 린양도 유명세에 비해 이 작가 작품을 그렇게 많이 접하지는 않았던 게 생각났다.(돼지책, 우리 엄마, 우리 아빠 그리고 두어작품 정도 더 본 듯) 전시회 자체는 구성도 좋았고 유아층까지 볼만한 전시회라서 오픈 시간에 맞춰갔는데도 사람들로 꽤 붐벼서 금방 한바퀴 돌고 나왔는데 그대로 집으로 오자니 좀 아쉬워 어쩔까 하던 중 마침 린양이 프리다 칼로를 알고 있다길래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전까지 감상 완료.
전시된 작품 수도 꽤 많았고 이 작가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도 꽤 많이 온 데다가 사진자료나 프리다 칼로의 일기 등등도 소개되어 있어서 오히려 이쪽을 더 한참 걸려 보고 나왔다.(관람객도 앤서니 브라운전보다는 훨씬 한산했고.)

소아마비에 큰 교통사고로 평생을 수술과 그 후유증과 디에고와의 개인사로 아프고 피곤하게 산 프리다 칼로에게 그림은 다른 사람에게 그걸 드러내며 자신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더는 수단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 그림들을 원화로 마주하니 웹이나 책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덩달아 심난했다. -_-;  그 중에서도 특히 따로 디스플레이해둔 ‘부러진 척추’나 자신이 잃은 아이를 그려넣은 ‘헨리 포드 병원’ 같은 작품은 그 앞에 서면 작가가 ‘자, 내 고통이 이만큼 괴로워’라고 마구 소리치는 느낌. 내가 여자라서 그게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전시된 작품들과 함께 그녀의 일생을 따라가다보면, 길고 지겨운 고통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남기며 ‘살아 나아갔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이라고 미련없다는 듯 떠나버린다. 사람이 며칠만 심하게 앓아도 세상사 의욕없고 괴로운데 평생을 끊임없이 고통 속에 견디면서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낸 것만으로 그저 대단할 따름.
부디 그녀가 향한 그곳에서는 쉬임없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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