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번 여행 중 가장 일정이 바빴던 날.
옆사람이 코스를 짜면서 일정이 제일 많은 날이 어디쯤 들어가면 좋겠냐길래 그래도 체력이 아직은 멀쩡할 맨처음이 아닐까 했는데 여행 전체로 봤을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

옆사람은

  • 삿포로 역에서 라벤더 익스프레스로 후라노까지 간 다음 지선으로 팜 토미타(라벤더 농장)까지 가서 구경하고
  • 지선 기차로 비에이 역으로 가서 투어 버스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 青い池)와 사계채 언덕(시키사이노오카, 四季彩の丘), 전망공원을 본 후(2시간 반 정도 코스)
  • 비에이역으로 돌아와 거기서부터 아사히카와(旭川)역까지 오는

패키지 티켓을 구매했는데 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지만 한바퀴 둘러보기에 딱 좋았다.

라벤더 익스프레스 열차는 이런 식. 창이 넓어서 경치가 시원시원하게 보인다.
이쪽 동네 이동수단을 타면 어디에서든 ‘곰이 나올 수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내가 사파리를 온 게 아니건만…)

맨 처음 들른 팜 토미타(라벤더 농장)은 그야말로 하염없이 라벤더 밭이 펼쳐지며 온통 라벤더 향이 진동하는 곳.
꽃을 보러 가는 곳이라 타이밍이 안 맞으면 망하는 코스였을텐데 운 좋게 우리가 갔을 때는 라벤더가 한창이었다.

원래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다행히 오전 중에 거의 그치고 우리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적당히 흐려서 오히려 사진 찍기에는 최적의 상태.(해가 너무 쨍하면 눈이 부셔서 보통 인물 사진 표정이 예쁘게 잘 안 나옴)
게다가 이번 여행용으로 새로 산 카메라는 정말 ‘인물 사진’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뽑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기종이어서 이 날 예쁜 사진은 제일 많이 찍었다.

라벤더 농장 스르륵 돌고 비에이 역으로.

노롯코 열차.
처음에 탈 때는 신기했으나 체력이 저질인 세 식구는 자리 잡고 앉자마자 거의 실신하듯 엎어져 잤다(…)
각이 잘 안 나와서 자면서 가기에는 대단히 불편한 구조였음. -_-;

비에이 역 앞에서 비유美遊 버스(투어 버스)를 타면 코스만 돌아주는 줄 알았더니 가이드 분이 나름 설명도 해주신다. 일어로 한번, 영어로 한번 이야기하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아스파라거스 밭이 참 많구나… 여기도 곰과 여우가 나오는구나…? -_-

맨처음은 청의 호수.
작년에 한참 TV 예능에서 홋카이도 여행가는 이야기들이 나올 때 마침 비가 많이 와서 이 호수 색은 그냥 평범해보였었는데 이 날은 비가 그친지 좀 지나서인지 정말 이름 그대로 ‘푸른’ 색 그 자체. 중간중간 솟아있는 나무들 때문에 실제로 보면 어딘가 기괴한 느낌마저 들었다.
인근 온천에서 흘러나오는 미네랄 성분인 콜로이드성 수산화 알루미늄이 녹아 들어서 저런 물 색을 띠게 된다고.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사계절 색의 언덕.(四季彩の丘)
청의 호수만 들어보고 여기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는데 이름 그대로 온 천지가 알록달록한 꽃들로 만발한 언덕들이 구비구비 이어지는 풍경은 그냥 한참을 서서 보기만 해도 좋았다.

여기에서 사진을 찍으면 뒷배경이 너무 화려해서 오히려 합성 마냥 느껴지는 게 재미있었던 곳.

따로 정차하지 않고 설명만 들으며 지나가면서 전망 공원까지 눈으로 스캔(?)하고 비에이 역으로 돌아와 아사히카와 역에 이동하니 이미 저녁 시간이라 일단 역에 붙은 이온몰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적당한 푸드코트가…(일본 여행할 때 제일 만만한 곳은 역시 이온몰)

저녁은 오랜만에 보는 페퍼런치에서 떼우고 다시 삿포로 역으로.
나중에 체크해보니 이 날 12,000보 가까이 걸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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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March Hare

    역시 이 동네는 예쁘네요..저도 이 동네 가보고 싶은 ㅠ
    라벤다가 한창일 때면 사람도 한창일 거 같은데 사진만 봐서는 별로 안 많아보입니다. 시국이 이래서인가요 아님 사진 타이밍을 잘 잡으신 걸까요..

    1. Ritz

      홋카이도 관광은 패키지로 움직이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어디를 가든 사람이 갑자기 훅 늘었다가 어느 순간에 또 훅 빠지더라고요…; 저 사진 찍을 즈음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안 많았고 그 뒤로 갑자기 또 바글바글 했었어요. ^^;

      이즈음이 성수기일텐데 평소에는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잘 모르겠고 저희가 다닐 때도 한국 사람이 그렇게 드문 편은 아니었어요. 연세 많으신 분들은 별로 신경 안 쓰시는 것 같고 젊은 사람들은 한국인인 거 알아도 서로 약간 외면하는 묘한 분위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