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요 몇년동안 혜린이 미국 캠프, 아니면 갔던 곳 다시 가보는 패턴의 여행을 반복하다가 오랜만에 처음 가는 곳으로 일정을 잡았는데 하필 시기가 어수선해서 좀 고민했으나 우리가 잡았던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 이런저런 취소 수수료 무는 것도 만만찮아 그냥 출발.

오키나와나 후쿠오카 쪽으로 갈 때는 주로 차를 렌트해서 다녔는데 이번에 갈만한 곳들은 지도에서 찍어보니 모두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져 있어서 차로 다니다가는 운전하는 사람은 관광이고 뭐고 운전만 하다가 끝날 각이라…

이번 여행은 아예 삿포로역 근처에 숙소를 잡고
첫째날은 기차로 후라노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비에이로 이동해서 투어버스를 타고 돌아보고
둘째날을 삿포로 시내 구경(이라고 쓰고 전날 가열차게 돌아다닌 피로를 푸는 날…)
셋째날은 오타루 구경을 한 다음
넷째날 노보리베츠로 숙소를 옮겨 1박 후 바로 귀국하는 코스로 움직였는데(물론 이 모든 일정은 우리집 여행 가이드인 옆사람이 짰음)
평소 여행 모토가 ‘설렁설렁’인 우리 식구 치고는 많이 걷고 돌아다녔지만 그 나름 그동안 잊고 있던 ‘여행스러움’을 만끽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는 린양이 지난번과도 또 다르게 스스로 ‘보고 즐기는’ 게 보여서 뿌듯하기도 했고.

숙소는 삿포로 역에서 도보로는 좀 거리가 있는 도미인 프리미엄 삿포로.

여행 중 4박을 책임진 곳이었는데 전날 미리 예약만 하면 호텔에서 무료 택시로 삿포로역까지 데려다줘서 별 불편 없었고 조식이 꽤 퀄리티가 좋았다. 근처 큰 상점가와 맞물려 있어서 비가 오거나 하는 날은 멀리 나갈 필요 없이 거기만 돌아다녀도 구경할 만한 게 많은 점도 편했고.

첫날은 숙소에 짐 풀고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수프카레집 가서 저녁 먹는 걸로 일정 끝.
홋카이도 하면 수프카레~ 라는 생각에 근처에서 가장 평점이 높은 집으로 골랐는데 가게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앞에 몇 팀 대기 중이었고 간발의 차로 우리 뒤로 줄줄이 사람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시킨 메뉴가 다 나오고 나니 좀 많은가? 싶었는데 먹다보니 어느새 세 그릇 모두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수저, 백성귀족 등등 보면서 ‘홋카이도 감자’에 환상이 있었는데 여기에서 처음 먹어본 감자는 정말 고구마만큼 단맛이 나는 감자였다. 나중에 다른 곳을 다니다보니 다 그런 맛이 나는 건 아니고 고구마와 감자 중간 느낌의 품종이 있는 모양.

첫날 첫 식사였는데 옆사람은 마지막날 하나를 꼽으라면 이 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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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모르긴 몰라도 자색 감자일 걸?

    1. Ritz

      자색 감자는 아니고(색이 자색이 아닌데 그걸 몰랐을까;;)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감자 품종 중에 몇몇가지가 고구마 같은 단맛이 난다네요. 보통 관광지에서 많이 파는 건 키타아카리라는 품종인가 보더란. 감자 색이 약간 더 주황색에 가까움.

      1. 자색감자도 요리 해 놓고 보면 딱이 자색이 아니긴 한데 주황색이라니 그건 아닌가보네. ㅎ

  2. 우왕! 괜시리.제가 여행같이간느낌!! 저도 도미인 기온 잡았는데 이 숙소 평이.좋더라구요:-)

    1. Ritz

      저희도 후쿠오카 갈 때 여기에서 묵었었는데 그때도 좋았어요. 자잘하게 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 곳인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