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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처럼 펭귄을 싫어하는 사람은 잘 없지만(의외로 포유류로 아는 사람이 많아서 조류 싫어하는 사람도 펭귄은 좋아한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통 귀여운 외모가 좋은 거지 일부러 펭귄의 생태에 대해 열심히 찾아볼 정도의 사람은 적지 않을까.
나도 펭귄은 그저 귀여워서 좋아하는 파인데 어쩌다보니 지루하지 않은 선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다 읽고 나면 펭귄은 한층 사랑스럽다.
펭귄에 대한 백과사전 수준의 정보를 원한다면 아쉽겠지만 펭귄만이 아닌 다른 조류를 연구하는 과정이라든지 여러 생태에 대해, 그리고 지금 지구의 환경 변화로 인해 이 새들이 어떤 위기에 처해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게 된다.

보통 한 개인 에세이를 여러 권 읽다보면 겹치는 이야기가 한두가지 쯤은 나오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펭귄의 길, 여름엔 북극, 이번에 물 속을 나는 새까지 읽으면서 내내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느낌이 하나도 없어서 좋았다.

펭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애정을 가지고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책.

이번 책의 킬링 포인트는 작가가 펭귄이 인간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에피소드였는데.
보통 남극의 동물들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낮아서 연구자들이 돌아다니는 데에 무심한 편이라 일하기가 수월한데,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는 펭귄 한 마리 때문에 쫓아다닌 이야기가 마치 만화의 한 장면 같아서 읽으면서 한참을 웃었다.

하지만 2015년에 만났던 젠투펭귄 G11B는 달랐다. 다른 펭귄들처럼 붙잡아 수심 기록계를 달아 주고 일주일 뒤에 회수를 위해 둥지에 갔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죽었거나 실종이 되었나 싶었는데, 분명히 새끼는 건강히 잘 자라고 있었다. 보름의 시간이 지나자 조급해졌다. 번식기가 끝나고 나면 장비와 데이터를 함께 잃어버릴 수도 있다. 펭귄이 자주 다니는 언덕에서 기다렸다. 눈 위를 걸어서 돌아오던 녀석은 길목에서 나와 마주쳤다. 순간 녀석은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함께 달렸다. 잠자리채를 들고 정신없이 눈밭을 뛰었지만 녀석은 나보다 빨랐다. G11B는 다시 바닷속으로 헤엄쳐 달아났고, 나는 망연자실 바다만 바라봤다.
그 후 녀석의 조심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다음에 만났을 때에는 이미 100여미터 밖에서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p.153

(결국 펭귄 번식지에 간 적 없는 동료에게 부탁해서 회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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