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공허함에 허우적대던 작가는 어느 날 우연히 평생을 바쳐 물고기들에 이름을 붙이고 또 붙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생물학자를 발견한다. 읽으면서 실존 인물이긴 한 건가 잠시 헷갈렸는데 실존 인물이었다.(무려 스탠포드 대학 총장…😑)
세상이 아무리 방해공작을 펼쳐도 끊임없이 질서를 부여해가는 그의 삶에서 작가는 어쩌면 삶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발견하고 그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작가의 방황’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의 인생’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재질이 완전히 다른 직물을 짜듯 나아가는데 그 마지막에 작가를 기다리고 있는 실망, 그리고 마주한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속에서 얻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어둡고 잔인한 동화처럼 느껴졌다.

바우마이스터와 부시먼은 이렇게 썼다. “쉽게 말해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자신을 우월한 존재라고 보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한 사람들이다. (…) 거창한 자기상을 확인받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비판당하는 것을 몹시 괴로워하며 자기를 비판한 사람을 사납게 공격하는 것으로 보인다.

p.151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p.252

좀 다른 결이지만 좋아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알아나가다 마지막에 알게 되는 잔인한(?) 진실이라는 점에서는 내가 <백석 평전>을 읽은 후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

세상 애절하게 나타샤를 그리 찾더니 나타샤가 얼마나 많았으면 결혼을 네 번이나 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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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1. 이 책에 언급된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도 좋아요 ㅋㅋ 물고기는 존재해야 하지만 물고기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잃으면 안된다는….

    1. Ritsko

      안그래도 그 책도 궁금하던데 빌릴지 말지 고민 중이에요.

      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어야 하는데 간밤의 저는 뭐라고 쓴거죠 ㅋㅋ 아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힘들지 않게 읽히셨으면 비슷할 거예요. 감정적 에너지는 덜 들여도 되구요.

  2. π

    저는 이 책이 작가의 과학적-진화론적 사고를 받아들이는 종교적인 여정 같았어요

    1. Ritsko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보이는 부분이 다 다르다는 게 참 재미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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