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원래 29일 일정은 首里城(슈리성), 오키나와 월드를 보고 물 좋다는(?) 新原ビーチ(미바루 해안)에서 좀 놀다가 숙소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막상 슈리성을 보고 나니 꽤 만족스러웠던 데다가 린양이 많이 걸어서 더 걸어다니는 곳은 무리,
게다가 계속 바닷물 이야기를 해서 오키나와 월드는 생략하고
근처 가까운 이온몰에서 간단히 점심 떼운 다음
바로 미바루 해안에 들러 모래놀이 좀 하다가 시간도 남길래 못 갈 줄 알았던 차단쵸 아메리칸 빌리지에서 구경도 하고 마침 생긴지 얼마 안된 제법 깔끔하고 큰 키즈카페(…)가 있길래 여행 내내 잘 돌아다니고 씩씩했던 린양에게 상으로 한시간쯤 놀다 나왔네요.(정말 그 안에는 모든 인종이 다 있는 듯했음..;)

슈리성은 사실 큰 기대없이 안가려다 들른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어요.
갔던 날 날씨가 걷기에 좋았던 덕도 있었고 우연히 입구에서 보고 시작한 스탬프 랠리 때문에 꽤 꼼꼼히 훑어보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스탬프 랠리는 입구에 비치된 지도를 가지고 성 곳곳에 놓인 스탬프를 찍으면서 돌아다니는 건데 지도에 상세하게 30분, 60분, 90분 코스를 그려놨어요.

셋 중 한 코스라도 다 도장을 찍어서 마지막에 있는 안내소에 보여주면 ‘인증’도장이랑 기념 스티커를 줍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30분 코스로 잡고 시작했는데 얼결에 60분~90분 사이 코스도 반쯤 다 돌아버렸네요. 도장이 있는 간격도 가까워서 린양도 도장 찍는 재미에 지치지 않고 잘 돌아다녔습니다.

입장료는 무료라서 바깥쪽(외곽)으로만 돌면 공원처럼 산책하듯 즐길수 있고 건물 안쪽(내곽)으로 들어가서 전시물까지 보려면 관람료 800엔을 내야 합니다.(린양은 무료)
안에 볼게 많긴 했는데 이 8백엔이 약간 미묘한 가격이었어요. 비싼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안쪽으로는 슈리성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들을 보고 나니 오키나와는 역시 중국+일본+동남아의 혼합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기네 왕 초상화라고 그려놓은 걸 보면 영락없이 중국 사람처럼 그려놨는데 어째서 사진이 남아있는 왕들의 모습은 동남아 계열인 건지..?;;

지대가 높아서 성에서 보이는 전망이 시원하고 그 옛날에 지은 건축물임에도 꼼꼼하게 기계로 찍은 듯 쌓아둔 돌담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린양의 바다구경을 위해 이동한 곳은 미바루 해안.

문제는, 도착하고 보니 이 해안은 물놀이용이라기보다 바닥이 투명한 보트 타고 좀 나가서 바닥으로 열대어들을 구경하는 게 포인트인 곳이었더라구요..; 해안가 모래가 거칠어서 물에 발은 못 담궈봤지만(추워서 수영은 무리) 그래도 모래놀이에 푹 빠져서 린양은 나름 잘 놀았고 경치가 좋아서 저도 바다는 잘 즐기고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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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바루 해안에서 예상보다 빨리 나오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저녁도 해결할 겸 숙소가는 도중에 있는 차단쵸 아메리칸 빌리지로.
오키나와의 오다이바 같은 곳이라는데 도쿄의 오다이바를 가본 사람이면 크게 새로울 건 없을 듯해요. 관람차가 있고 미국 브랜드 샵이나 예쁜 빈티지 샵들이 많은 게 특징인 정도? 인공해변이 바로 옆에 붙어있고요.

제 카메라에는 숙소 사진이 별로 없는데 옆사람이 여기저기 찍어놨네요. 걸어서 내려가면 5분만에 바로 깨끗한 바닷가로 연결되고, 중앙에는 큰 풀도 있었습니다. 시설도 깔끔하고 호텔 안의 레스토랑들 맛도 괜찮았어요.
다음에는 기회되면 꼭 좀더 더운 여름철에 가보고 싶더라구요. 그냥 하루 종일 해변과 숙소를 들락거리며 놀아도 좋을 것 같더란….

렌트한 차에 붙어있는 네비게이션이 영 비실해서 아주 메이저한 곳이 아닌 장소로 이동할 때는 제법 애를 먹었더랬어요. 이날 저녁때 옆사람이 잠깐 츠타야에 들르고 싶어서 네비에 찍었더니 뭔가 가로등도 하나 없고(보통 잘 없더라만) 도로가 포장도 안된 논길 같은 곳으로 하염없이 안내하는 겁니다..; 나중에는 좀 무섭더라구요. 무슨 괴담도 아니고…

그냥 포기하고 길을 갔던 길을 돌아 나왔는데 나오고 보니 그 길이 츠타야 건물 뒷편…-_-; 츠타야, 쇼핑몰, 모스버거 등등 꽤 큰 규모의 아울렛 건물이었는데 뒤쪽을 그렇게 황량하더라구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