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히야신스를 사려고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구근으로 수경재배 하면 ‘그냥 꽂아만 두면 핀다’길래 안 해본 짓이나 해볼까, 하고 주문했다.

선인장도 죽이는 식물계의 사신이라(그래도 이 집 이사올 때 선물받은 스투키나 몇년 전에 샀던 치자나무, 최근에 산 엘우디는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서 요즘 성적은 좋은 편?) 과연 제대로 필까 싶었는데.
구근에 물이 닿으면 썩기 쉽다고 안 닿게 두라는 말에 일부러 물높이에 신경썼는데 너무 소심하게 담궜는지 일주일이 지나도 자라는 속도가 영 부실하고 꽃이 보일 기미가 없길래 구근을 건져내 봤더니 뿌리가 흐늘하니 수상하다?

버려야하나 어쩌나 고민하다가 그래도 구근에서 굵은 뿌리가 몇 가닥 나오고 있길래 일단 물러진 뿌리는 제거하고 물 높이를 좀더 올려서 하루 더 뒀는데 오, 하루밤 새에 갑자기 꽃대가 쑥 올라왔다. 역시 물이 너무 적었나보다.;

살아 있는 구근을 버릴 뻔했다. 🤣


그나저나, 어느새 3월 시작.
2월이 훌쩍 흘러버린 게 무상하고 이렇게 세 식구가 집에 모여 지낸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건 더 믿을 수 없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3개월 뒤, 혹은 반년 뒤의 평범한 일상을 기대했는데 지금은 내년 이맘때에 마스크를 쓰고라도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도로 기대가 쪼그라들어 서글프다.

찾아보니 작년 3월 말쯤에 동숲을 시작하면서 이 게임은 3~4개월이면 접으니까, 라고 했었는데 장장 1년째 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섬에 아직 잭슨은 등장하지 않았다! 😤


린양은 머리가 곱슬이라 해마다 개학 전 즈음에 스트레이트 펌을 하고 싶어하길래 올해도 개학 전에 펌 할 거냐고 물었더니 귀찮은지(개학한들 학교 며칠이나 갈 거라고, 싶은가보다) 별 필요 없을 것 같단다.
농담조로
“사춘기는 원래 외모에 관심이 커지고 막 그런 거 아냐?”
라고 했더니 덤덤한 말투로
“사춘기를 그렇게 획일화하지 마”
라고 해서 쳇…

나도 갱년기에 그 말 꼭 되돌려주마.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갱년기를 그렇게 획…일..화..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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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오 성공 ㅋ 사춘기에 거울한번 안 보는 자연인 우리집에 하나 계시고…그냥 사춘기가 안 온건가 싶기도

    1. Ritz

      되게 마지못해 피어준 느낌이라 좀 빈정상함…( ”)
      저는 사춘기라고 엄마아빠랑 막 파이트했던 기억 같은 게 없고(막내가 칼 차고 뛰어다닐 때라 정신없었음) 옆사람도 사춘기가 뭔가요 타입이라고 하고… 힘들게 지나가는 애가 있으면 아닌 애도 있지 않겠어요. 후자에 속하길 바랄 뿐…

      1. 근디 우리 때 사춘기 쎄게 하는 애들은 극히 일부 아녔나요? 받아주는 환경도 아녔고…너 사춘기?그래서 뭐?! 엄마가 무서우면 사춘기도 못 오나(..)그래서 사춘기 이기는 갱년기인가(..)

        1. Ritz

          호르몬의 변화로 감정 기복이 오르내린다, 라는 게 사춘기지 부모한테 막해도 되는 시기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죠. -_- 그러고보니 사춘기 진상도 받아줘야 부릴 수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살기 팍팍한 북한은 사춘기가 없다고 어디선가 들었슴돠..( “)

          1. ㅋㅋㅋ 그죠 어디 문을 탁 소리나게 닫나요 그 즉시 우리 엄마 쫓아온다(..) 대신 나는 우리 엄마 갱년기도 안 받아줬숴..대학 때 술퍼먹고 다니고 연애하느라…쌤쌤임..피차

            1. Ritz

              우리집은 그 즈음이면 막내가 온 마루를 뛰어다닐 때라 내가 문을 탁 닫아도 그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을 거 같음. ㅋㅋㅋ 그러고보니 우리 엄마는 막내 키우시느라 갱년기고 뭐고 였던 듯요. 늦둥이를 키우면 타이밍이 참…

            2. 사춘기를 획일화하지 마!! 하는 걸 보면 사춘기 이미 온 것 같은데요 ^^;;;

            3. Ritz

              린양이 올해 중2인데 옆에서 보기에 이미 사춘기죠~ 초등때랑은 생각하는 것도 화법도 많이 달라져서 이맘때 크는 걸 보면 ‘아 얘는 이런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어떤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저 말도 나 사춘기 아니야,가 아니라 ‘내 사춘기를 규정하지마’에 더 가깝지 않았나 싶어요. : )

  2. 보라색 히아신스 동숲밖에 생각이 안나고 ㅋㅋㅋㅋㅋ

    1. Ritz

      저도 동숲 생각나서 주문해봤는데 검색했을 때 잘 키운 집은 진짜 동숲 히아신스처럼 생겼더니 제가 키운 건 어째 자라다 만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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