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라 그런가, 아침에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새 영화가 꽤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건 외계+인.(내가 이런 장르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나? 앞에 10분쯤 봤는데 더 볼 생각은 안 들던데… )
그리고 좀더 스크롤을 내리니 고레에다 감독의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보였다.
둘 중 어느 쪽을 먼저 볼까.
굳이 고르자면 박찬욱 감독보다는 고레에다 감독 쪽을 좋아하니 브로커 먼저.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을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게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처음이었고 이 ‘브로커’가 두 번째. 이 감독이 만드는 영화는 언제나 ‘가족’이라는 주제의 다양한 변주고 이번에도 마찬가지.
이 영화를 보면서 불편한 건 아무래도 대사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고(가끔 대사를 들으면서 거꾸로 일본어로 뭐라고 했을지가 생각날 정도였는데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좀더 다듬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어색한 대사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대부분 커버하고 있어 놀라웠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송강호 연기에 새삼 감탄했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의 송강호의 연기는 어느 사이엔가 어떤 배역이든 ‘송강호라는 캐릭터’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저 ‘번역체 문장’을 그대로 ‘말’로 살리는 걸 보니 어쨌거나 연기로는 뭐라 할 말이 없는 배우. 이 영화의 완성도는 다분히 배우들에게 빚을 지고 있었다.
어쩌면, 같은 내용의 외국어로 된 작품이었다면 좀더 몰입하기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외국인이 자막으로 본다면 좀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지도.
개봉 때부터 영화 평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던데 어쨌거나 나는 이 감독 특유의 굴곡 없이 슴슴히 흘러가는 이야기의 마지막에 혼자 울컥해버렸다. **이 **에게(안 본 사람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테니 ↓) 우성이를 넘겨주는 그 장면에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날 것 같았는지. 결국 이야기 속 모든 사람들은 우성이가 ‘잘 자랄 수 있기’를 바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무거운 주제를 너무 ‘판타지’처럼 다뤘다는 평도 보였지만 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영화에서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영화에서라도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줘서 고마운 존재’라는 위로를 받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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