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시타가 저 땋은 머리를 진작에 짧게 잘랐으면
무스카에게 3번 잡힐 것 1번만 잡힐 수 있었겠더군요. -_-;

집에 플스를 빌려다놓은 김에 최소한 TV 화면 정도에서는 봐주리라 마음 먹고 미뤄두었던 천공의 성 라퓨타 DVD를 돌려보았습니다.

이 라퓨타는 고1때 시험 끝나고 당시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가져온 비디오로 자막도 없이 본 첫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더랬습니다. 놀라운 건 당시에 비디오를 가져온 친구나 같이 보던 친구들, 그 중 아무도 일본어를 단 한 자도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비디오 주인이 유일하게 해석 가능한 말은 후반부에 무스카가 시타와 파즈에게 말하는 ‘3분간 기다려주지’ 부분의 ‘3분간’ 뿐이었음..;) 그럼에도 내용도 모두 대강 알 수 있었을 뿐더러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같이 보셨던 엄마도 그래서 이 라퓨타는 좋아하십니다.

어찌됐든 10년이 지나 다시 본 라퓨타는 그때와 비교해서도 하나도 재미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후 처음으로 내용을 제대로 알고 보는 것이었는데, 예전에 자막 없이 봤을 때도 딱히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없었다는 점에서 작품 자체는 참으로 명료하게 잘 만들어진 셈이지요.
씩씩한 소년과 당찬 소녀, 그리고 하늘에 대한 동경은 작품이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었는데도 하나도 빛바래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의 센과 치히로나 하울보다 훨씬 싱싱하고 열정적이더군요.
시타를 번쩍번쩍 잘고 들고 뛰어다니는, 코난의 사촌쯤 되어 보이는 파즈는 역시 너무나 멋졌고(이런 계열의 남자 주인공들을 좋아함) 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올라가는 ‘君をのせて’는 다시 들어도 보컬의 곱고 높은 음과 더불어 가슴에 찡하게 울렸습니다.
역시 저의 지브리 베스트는 이 천공의 성 라퓨타입니다.

ps. 다 보고 나니 지브리 미술관 옥상에 있었던 거신병 동상이 생각나더군요. 꼭 한번 더 가서 제대로 살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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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리츠코

    박정운>저도 TV화면 사이즈로 보고나니… 극장에서 못봤던 게 아쉽더라구요.
    키딕키딕>마음의 눈으로 본게 아니었을라나…( ”) 근데 당신은 대체 몇살에 인어공주를 봤길래 자막도 없이 봤다냐..;

  2. 키딕키딕

    맞아요! 저도 ‘인어공주’를 그렇게 봤었는데 지금까지 봤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중 최고라고 기억한다는… 그때만 가능했던 어떤 ‘번역술’이 있었던 걸까요…ㅡ.ㅡ;

  3. 국내 개봉했을 때 극장가서 본 것..지금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그 큰 화면으로 볼 기회가 다시 올 것 같지 않았으니…) 지금도 구름만 보면 라퓨타 생각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