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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전 얼리버드 티켓은 무려 날짜를 ‘지정’해서 끊어야 했는데 같이 가기로 했던 난다님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소영 언니와 다녀왔다.

뭉크의 그림은 (어느새) 7년 전에 샌프란 MoMA에 갔을 때 본 적 있는데 그때 전시에서 받은 느낌은 큼직한 유화 그림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작가의 어두운 기운! 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유화보다는 판화 위주여서 그런지 작가가 한 작품을 가지고 여러 버전으로 시도하면서 고민한 디테일들을 볼 수 있어 색달랐다.

더는 남자가 책을 읽고 여자가 뜨개질하는 장면을 그리지는 않을 것이다.
숨쉬고, 느끼고, 고통받고, 사랑하는, 살아있는 인간을 그릴 것이다.
당신은 그 일상의 성스러움을 이해해야 하며, 이 일상에 대해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처럼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해야 한다

전시회 초입에서 일단 눈길을 끄는 자화상.
뱀파이어. 이번 전시에서 대략 6~7 종류 가까이 되는 버전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모나리자(?)는 아무래도 이 <절규>
그러고보니 지난번 전시 때는 절규는 못 봤었는데 이번에는 판화버전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유화 버전보다 선이 좀더 선명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기도.
저 그림의 ‘절규’는 가운데 사람의 절규가 아니라 저 사람을 둘러싼 자연의 ‘절규’에 대한 이야기.
어쩜 이렇게 우울할 수 있을까.(저 멀리 보이는 형상은 대체 뭐냐고)
흐트러진 시야. 1930
작가는 무엇을 보며 맞은편의 저 흐늘한 인간의 형상과 화면을 압도한 ‘덩어리’를 그린 걸까.
키스.
연인에 대한 뭉크의 작품들은 대부분 어떤 ‘하나의 질감으로 뭉쳐진’ 느낌.

작품 옆에 적힌 설명에 따르자면

이 작품은 남녀의 시각적 융합을 완전한 방황의 순간으로 묘사한다. 그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함께함은 일시적이며, 개인성을 잃는 대가로서만 얻어지는 것이다. 이별, 질투, 우울, 깊은 절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죽음이라는 주제가 항상 그 뒤를 따른다. 

이 그림에서는 남자는 이미 죽은 듯. 😑
뱀파이어 인어.
불안.
불안한 사람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리는 사람이 뭉크 아닐까.

아무래도 이름 있는 화가다보니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전시회 열리자마자 들어가면 입구 쪽에서 사람들이 몰려서 작품을 제대로 보기 힘드니 차라리 중간쯤으로 가서 거기서부터 끝까지 보고 다시 맨앞으로 오는 걸 추천.
전시회장 들어가니 초입이 너무 붐벼서 난감했는데 안내하는 분이 앞으로 쭉 가서 보고 다시 앞으로 오는 걸 권해서 중간쪽까지 나갔더니 순식간에 한산해져서 거기서부터 편하게 잘 보고 다시 맨앞으로 돌아왔다.

한 작품으로 여러 판화 버전이 온 게 많아서 맨앞부터 순서대로 볼 필요는 굳이 없을 듯.

지난번 전시회의 그 강렬함이 기억에 남아서 좀 기대했는데 그 강렬함은 부족해서 아쉬웠지만 그 사이에 뭉크에 대한 책들을 이것저것 보고 가서 그런지 작품들에 대한 디테일은 좀더 많이 보여서 좋았다.

전시회 가기 전에 간단히 볼 만한 책이라면 <뭉크─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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