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남도답사 일번지를 읽었던 게 고1때였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건 하필 시험기간 한가운데에 이모가 사둔 걸 무심코 집었던 게 화근이었고 다음날 시험인데도 앉은 자리에서 그 한권을 단숨에 읽어내렸더랬다. 그 책에 그려진 경주의 모습은 마침 불과 얼마 전에 수학여행으로 다녀왔던 ‘그 경주’와 같은 곳일까 싶을 정도여서 작가가 묘사한 신비로울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석상들(내가 볼 때는 그냥 돌조각이었던)을 나중에 꼭 다시 한번 보러 가겠다고 결심했었더랬다.(생각해보니 그러고 아직까지 경주에 다시 못가봤다..;)
그리고 아마 그 다음에 나온 2권까지 읽고 한동안 못 챙기다가 얼마전에 인터넷 서점 메인 화면에 있는 이 책을 보고 왠지 반가워서(?) 그리고 마침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라 궁금해서 구입.

슬프게도 시간은 이미 20년 남짓 흘렀고 나는 이 책을 1권을 볼 때만큼 단숨에, 정신없이 읽어내리지 못했다.
다 읽는데에 꼬박 보름이 걸렸으니 오히려 근래 내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오래 걸린 게 아닌가 싶다.

내용은, 작가의 말대로 유명한 명소는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제주에 있어 의미가 있을만한 곳들을 짚어나간다. 다만 책 분량에 비해 이야기가 적어 좀 늘어지는 느낌도 들고 중간중간 작가와 작가 지인들의 대화도 오글거리는(ㅠ.ㅠ) 경우가 많아서 보는 내내 내가 너무 감성이 메말라버린 것일까, 작가의 감성이 나와 맞지 않게 되어버린 것일까 고민하며 마음이 좀 허전했다.(중간에 ‘ㅎㅎ’ 같은 초성체 문장도 있어 놀라기도.. -_-)

중간의 추사 김정희의 유배생활 이야기할 때만큼은 활기가 돌았던 걸 생각해보면 어쩌면 제주는 남도만큼 작가의 전문(일지도 모르지만)이 아니라 ‘신나게 써내려갔다’는 흥이 덜 느껴져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관광지가 아닌 제주를 알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색다른 안내서가 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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