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팀버튼전에 이어 대박이 나고 있다는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전을 다녀왔습니다.
주말에는 번호표 뽑고 대기하는 줄이 무시무시하다는데 역시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평일 오전에는 사람이 적더군요.(그래도 시간대나 날씨에 비하면 꽤 많았던 편이었음)
이 전시회는 저 포스터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의 ‘레이아웃’을 들을 모아둔 전시회예요.
마녀 키키를 도입부를 찍기 위해 가로로 길게 그려둔 레이아웃이라든지 센과 치히로에 나왔던 유바바의 온천여관의 레이아웃 등등은 거기에 깨알같이 시간을 쪼개 적어놓은 게 신기했고 간간히 그 레이아웃이 어떻게 화면으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이해하기 편해서 좋았어요. 작업하면서 간간히 미야자키 감독이 스태프들에게 지시 혹은 부탁하는 글들을 적어둔 것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 )
지브리라는 말에 속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집을 나서는 분이 계시면 절대 비추천.
애들이 봐서 흥미를 가질만한 건 거의 전무합니다.(이건 예전에 린양 데리고 디즈니 원화전을 다녀왔을 때 이미 몸소 체험을…-_-;)
그리고 솔직히 사람이 엄청 붐비면 대체 뭘 보고 나올 수 있을지도 약간 의문스러워요.
애니 안의 장면들이 이렇게 레이아웃 작업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정도를 알게 되는 전시회인데 하나하나 천천히 보지 못하면 그냥 슥슥 그려둔 선화들을 잔뜩 감상하고 나오는 걸로 끝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또 처음부터 한장한장 진짜 열심히 보시면… 막판에 지칩니다..; 자료량이 꽤 방대했어요.
그리고 지브리 애니를 유명한 몇몇개만 본 분이라면 어차피 그 그림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장면인지 딱 와닿지를 않으니 전시회 보고 나와도 좀 허할 듯.
저같은 경우는 도중에 제가 안 본 작품들의 레이아웃들은 그게 어떻게 움직이는 장면인지를 모르니 대충 보고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전시된 레이아웃들을 쭈욱 보면서 갑자기 지브리 애니들을 다시 보고 싶어지는 딱 그런 관람이었네요.
전시회 끝에는 나만의 검댕이먼지(마쿠로쿠로스케)를 그려보자는 공간이 있는데 동그랗고 하얀 스티커지 위에 까만 사인펜으로 그림을 그려 붙일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이 구역이 주말 같은 때에는 헬게이트일 듯…)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전시회여서인지 그림 퀄리티들이 대단했어요..;
전시회를 돌면서 작품 설명을 읽다가 무심코 눈에 번뜩 들어오는 사람 이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귀를 기울이면의 원작자 히이라기 아오이.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귀를 기울이면과 고양이의 보은을 지나면서 이 이름에 정말 어두웠던 예전 일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더라고요. 벌써 10년이 지난 일인데 아직도 이름만 보면 경기할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걸 보면 저는 진짜 뒤끝이 너무 긴 인간인가봐요. -_-
그나저나 예전에는 저런 글을 공개된 블로그에 잘도 올렸었네요. 그래봤자 하루 열몇명, 진짜 아는 사람만 오는 블로그이긴 했지만…;
지금같으면 저거 올리면 누가 트위터에 퍼가서 작가한테 멘션 보내지 않았을까… -_-
12 responses
회시에서 디자이너랑 몇몇 데리고 다녀오라길래 평일 아침 오픈시간에 갔었는데도 이미 인산인해더라는.. 근데 사람보다 그림 수가 더 많았다는 게 무서운.. ㅎ 애니메이션 작업물답게 그림을 물량공세로 들이부어 놓았다는 느낌이랄까..
역시 비가 오는 날이었던 게 컸을까요. 생각보다 한산해서 놀랐거든요.
전시는 재밌나요?ㅎ
지브리 애니 많이 보고 좋아한 사람이면 나쁘지 않아요. ^^;
저런 전시회는 정말 애들이 갈 곳은 아닌 것 같아요. 애들이 평소 지브리 작품을 보고 좋아했다면 또 모를까… 그나저나 참…안 좋은(!!!!!!!!!!) 추억의 일부와 맞닥뜨리셨네요;;;;
근데 어제도 애들이랑 온 엄마들 좀 있었어요. ㅠ.ㅠ 저 전시회는 지브리 좋아하는 애들이라고 해도 안 좋아할 거에요;; 애들이 보기엔 진짜 재미있을 게 없어요. -_-;
아, 정말… 저런 추억은 왜 잊혀지지 않는 걸까요…
일단 친구랑 평일에 가기로 했는데, 일단 무하전을 보고 여력이 나면 가야겠군요;
그나저나 예전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 좋지 않은 추억이;;; 갑질 진짜 심하네요 ㅡ_ㅡ;
꼭! 평일에 가세요…; 어제 비가 와서 사람이 적었나봐요. 지인분은 평일 오전에 갔는데도 사람 많았대요. ㅠ.ㅠ
일본의 갑질이야 뭐… 그야말로 갑이죠. =_=
@tw_Ritz 지브리 안좋아해서 관심없었는데 자석이랑 봉투(^^)는 탐나네요. 전시장 밖에서 파는거면 무하전 갈때 사면 되려나…(언제 가지…우웅…)
기념품만 사시는 거면 무하전 보러 가셔서 같이 해결(?)하셔도 될 듯. 무하전도 사람 많아서 평일에 봐야할테니 평일에 대현님과 팬더양을 전시회장 앞 잔디광장에 던져놓고 혼자 보고나오시는게… 잔디광장에서 시간맞춰 음악분수가 나와요.
@tw_Ritz 흠.. 감상대로라면 굳이 난 갈 필요가 없을듯한.. 지브리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많이 본 것도 아니고..
그럼 굳이 구경 안하셔도 될 거 같아요..; 주말 입장 대기시간이 한시간 기본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