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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의 끝

린양의 첫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린양 반은 방학식날 학급파티를 하기로 미리 예정이 되어 있어서 오늘 하루는 반 아이들, 그 엄마들과 꽤 오래 보냈는데 하필 날씨도 습해서 늘어지는 데다가 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이야기하랴, 듣느라 신경 썼더니 저녁 나절에는 완전히 녹초가 됐어요.

오늘 들은 엄마들 이야기 중에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한학기 내내 아이들 문제로 감정으로 세우던 엄마 둘이 결국 한판 붙었는데, 한 엄마가 여러 엄마들이 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저 멀리에서부터 힐 한짝 벗으며 걸어와 감정이 안 좋았던 엄마 등짝을 후려갈겼다는 에피소드가 갑이었네요. 경찰차 오고 난리였다고… -_-; 근래 들은 중 가장 박력 넘치는 시추에이션(?)였습니다. 힐이 아니라 크록스나 탐스였으면 그렇게까지 강렬하지는 않았을텐데 대체 애들 사이에 무슨 문제로 그렇게까지 열이 받았을까요. ( ”) 그나저나 멋쟁이 엄마들이 사는 동네인가봅니다. 하이힐이라니…. 저나 근처 엄마들은 보통 쪼리나 굽낮은 샌들류를 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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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도 성적표를 받기는 받네요.
한 학기동안 옆에서 린양을 지켜보고 몇몇 일들을 겪으며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 같은 아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만 그랬던 게 아니었던지 방과후 수업 선생님들의 평가도 담임 선생님의 평가도 ‘느리지만 꾸준하게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어요. 저는 솔직히 토끼와 거북이 중에 굳이 고르자면 토끼같은 인간(…)인지라 급한 성질을 누르면서 린양을 지켜보는 게 앞으로도 중요하지 싶습니다…;
한 학기동안, 단원평가라도 보면 혼자 아쉬워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백점이라도 맞으면 수줍게 좋아하며 ‘성적표’라는 미지의 무엇(…)을 많이 궁금해하고 기다리더니 드디어 받아보고 린양 본인은 만족하는 것 같네요. 저는 1학년 성적(요즘은 상중하로 표기하더란. 우리 때는 매우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이었던가?)이야 뭐 그리 큰 의미가 있으랴 싶고, 선생님이 적어주신 종합의견에 ‘학습태도가 바르고 성실하며 언행이 곱고 급우들에게 친절히 대한다’는 글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아이의 첫 성적표라는 건 기분이 참 묘하네요.

학교라는 곳이 워낙 제각각인 아이들이 모여 생활하는 공간이다보니 누구의 잘못이랄수도 없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일어나는지라 그저 무탈하게 친구들과 잘 보내며 한 학기를 마친 것으로 그저 감사한 일입니다.(3학년 여자애가 복도에서 2학년 여자애랑 대차게 부딪히는 바람에 앞니 8개가 부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층 더…-_-)

ps. 학기 중간쯤에 엄마들 모임을 집에서 했었는데, 린양 반의 아이가 넷인 엄마가 ‘첫째 때 유모차를 지금 막내가 쓰고 있는데 한계’라는 말을 하길래 너무 멀쩡해서 미련이 남아 고물상에도 안 넘기고 가지고 있던 린양 유모차를 그날 바로 들려 보냈던 적이 있어요. 그 분이 커피 한잔 사겠다고 했는데 학기 중반 넘어서는 하교 시간에 맞춰서 학교로 갈일이 없는 바람에 그냥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하고 넘어갔더니 오늘 학급파티 하는데 그 엄마가 굳이 친정에서 직접 짠 참기름 한병과 깨, 친정엄마가 만드셨다는 피클을 가져와 안겨주네요. 저녁에 먹어보니 피클도 너무 맛있었고 받은 것들이 참 훈훈한 느낌이라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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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es

  1. jeemin

    울반도 반모임한다고 어린왕자에 좀 앉아있었더니 저녁에 컨디션이;; 아이와 나땜에참 안갈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 반모임

    크록스와 탐스였다면에서 빵 터졌네요. ㅋㅋ

    린양과 민영이 무사히 1학기 마친거 추카추카합니다. 대견해요. 그리고 민영이 많이 돌봐주셔서 혜린엄마께 정말 정말 감사해요^^

    1. 그러게요. 안 나가기는 그렇고 다녀오면 기 빨린 느낌. ^^;
      언니랑 민영이야말로 다사다난했던 1학기를 무탈하게 잘 넘긴 거 축하해요~! 한학기 잘 넘긴 민영이야말로 기특하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