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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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모리 여름 한정 시리즈라는 모양. 이름은 브로큰 씨쉘. 병으로 보는 것보다 바른 게 더 예쁜 듯.

지난주 목요일부터이니 그럭저럭 일주일 가까이 삼시세끼-말죽거리편 진행 중.

학원들도 전부 다 휴강이라 린양은 하루종일 빈둥빈둥의 극치, 그야말로 완전한 방학생활이라 그건 그 나름 나쁘지 않다. 지루함이 극에 달했는지 주말에는 서재방 우리 부부 책장에 꽂힌 만화책 중에 하나를 보고 싶다고.
결혼할 때 내가 가져온 책들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 위주라서 린양 나이에 안 맞는 경우가 꽤 되다보니 무작정 책장을 오픈해주기 어려워 가능하면 보기 전에 나나 옆사람에게 미리 허락을 받게 하는데 일단 옆사람이 히카루의 바둑을 추천해준 모양.
히카루의 바둑을 다 보고 나서(집에 시리즈 절반밖에 없다) 또 뭐 읽을 게 없냐고 하는데 제일 만만한 요츠바랑!은 일어판이고 그 외에는 ‘여기는 그린우드'(그냥 모르고 읽으면 상관없을 것 같긴 한데 미묘하게 권하기 어렵다), ‘어제 뭐 먹었어?'(게이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달까, 동성애자에 대해 궁금해하면 알려주겠지만 굳이…;), 서양골동양과자점(앞과 이유 동일), 어른의 문제(이것도 역시…), ‘문조님과 나'(새의 온갖 근친상간이 난무), 칼바니아 이야기(공주 이야기라면 이야기지만 내용들이 좀…), 치키타 구구(린양 같으면 보다 접을 듯)….
그나마 만만한 은수저를 골라줬는데 읽다가 문득 하는 말이 하치켄과 자기는 좀 비슷하단다. 생각해본 적 없는데 듣고보니 그런 면이 있긴 한 듯.

티비와 신문을 도배하는 하나도 좋은 일 없는 하루하루가 우울해 기분전환 삼아 매니큐어나 슥슥…
뭘 바르든 설거지 몇번이면 다 벗겨져나가서 손톱에는 잘 안 바르는데 이런 글리터류는 그나마 좀 잘 붙어있는 데다가 이렇게 띄엄띄엄 있으면 몇개 떨어져도 눈에 덜 띄겠지 하는 얍삽한 생각. 문제는 떨어진 게 내가 만드는 요리에 들어갈 확률이 높으니 내일쯤에는 또 지워야겠지.

하루 종일 애와 함께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든지(어제 오늘은 저녁나절에 놀이터 정도는 가지만) 세 끼 챙기다보니 슬슬 요리 레퍼토리가 떨어져가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고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 일상의 어수선함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게 제일 피곤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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