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번에 여행 준비하면서 이야기하다보니 우연히 근처 한시간 거리에 지구님이 거주중이신 걸 알고 반가워서 지내는 동안 한번은 꼭 봐요~ 했는데 비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오늘만큼은 비가 와도 그냥 만나기로 강행.

지구님이 직접 픽업와주셔서 그 차에 세 식구가 신세를 졌는데 다행히 일기예보가 다 맞지 않아서 두어시까지는 그럭저럭 날씨가 좋았고 이후로 비가 내려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게 다녔다.

우리 식구끼리 움직였으면 잘 몰라서라도 대충 한두군데만 찍고 에이 날도 궂으니 집에 가서 밥먹자 했을텐데 가이드 덕분에 관광객 모드로 하루를 알차게 보낸 셈.

Pier39에서 멀리 보이는 알카트라즈와(거리를 가늠해보면서 음, 죽자고 덤비면 영화처럼 수영으로 건널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널부러진 바다사자들을 구경하고(나는 처음에 이야기 들을 때는 한두마리나 올라와 있으려나 했는데 그렇게 우르르 떼지어 있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의외기도 하고… )

지구님이 미리 예약까지 해두셨던 레스토랑에서 호화롭게 배 터지도록 해산물을 흡입한 후

유니온 스퀘어로.

지금까지 로컬감 넘치는 곳에서만 움직이다가 이곳에 오니, 오 여기는 뭔가 도시다! 갑자기 장르가 미드(?)로 바뀐 느낌!

이동하는 동안의 도심 길은 운전하는 사람은 몹시 괴로울 것 같으나 타고 있는 입장에서는 무슨 어트랙션 느낌이 드는 엄청난 굴곡의 언덕들이 이어져서 재미있었다;

그때까지는 흐리기만 했던 하늘에서 슬슬 빗방울이 들기 시작하고 안 보고 가기는 아쉬우니 금문교를 찍고(비가 와서 오히려 운치는 있었다)

비가 제법 내릴 것 같아 실내에서 움직이기 편한 저팬 타운에서 슬렁슬렁 구경하며 한바퀴 돌고 저녁 먹으며 오랜만에 노닥노닥 수다 떨다가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 같아 차라리 집 근처로 이동해서 차를 마시죠, 했는데 여기는 역시 한국만큼 늦게까지 하는 곳이 잘 없다보니 결국 우리 부부가 여기 와서 가장 아끼는(…) 필즈 커피에서 커피 사서 집에 들어와 마음 편하게 오랜만에 길게길게 이야기하다 자리를 정리했다.

미국이라고 하면 하염없이 넓고 넓어서 놀러왔다고 원래 미국에 살고 있던 지인들과 만나보려고 해도 보통 너무 멀어 서로 만나기 힘든 법인데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지 이렇게 가까이에 아는 사람이 있어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게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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