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구석 1열에 ‘불멸의 연인’과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나왔었는데 두 영화 다 보지는 못했고 이 영화는 스칼렛 요한슨이 원작의 소녀와 엄청 비슷한 느낌으로 나온다는 것 외에 별다른 정보도 없었는데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영상을 보다보니 스칼렛 요한슨 외에 아는 배우가 많이 나오는 데다가 다들 너무 젊어서 찾아봤더니 벌써 17년 전 작품.
마침 넷플릭스에 있길래 이제서야 영화를 봤는데…
네덜란드의 당시 문화에 대한 연구자료로 쓰일 정도로 배경을 섬세하게 그린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오직 사람만을 강조한 파격적인 구도도 그렇고 신분이 높지 않은 차림새와 진주 귀걸이의 부조화,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화 등등─이 그림은 오랜만에 다시 봐도 사연이 있을 것 마냥 오묘하다.
역사적으로도 워낙 저 그림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적다보니 영화도 심하게 비약하지 않는 선에서 만들려고 했던건지 스토리 라인은 약간 밋밋한 편이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선도 다소 불완전 연소였지만(보다가 생각한 건 애 좀 그만 낳아… 저렇게 계속 애를 갖는 사이에 하녀랑 무슨 썸을 탔겠어. 찾아보니 최종적으로는 20년동안 애를 15명이나 낳았네) 17세기 유럽의 생활상을 무슨 다큐멘터리처럼 완벽하게 묘사한 화면들은 영화의 아쉬운 면을 메꾸기에는 충분할 정도.
영화를 다 보고 페르메이르(나는 이 화가를 처음 접할 때 베르메르라고 들었는데 원어는 페르메이르에 가깝다고. 어제 금금밤에서는 영어식으로 베르미어라고도 하더라…) 작품을 다시 훑었더니 마치 아까의 스틸컷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화가 작품 안에서 비슷한 느낌으로 작중 인물들을 끌어내고 장면 하나하나에도 공을 많이 들여서 ‘보는’ 즐거움에 충실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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