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온 식구 집에서 잘 먹고(…) 지내는 동안 몸무게가 얼마나 늘었을지 두려워 확인을 안 하다가 그래도 대충 알아야 나중을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작심하고 체중계에 올라갔는데 의외로 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점심 한 끼 더 차리는 것 말고 지금의 생활이 원래와 별로 다를 게 없고 오히려 신경쓴다고 예전보다 한번에 먹는 양은 좀 줄기도 했고…
계단 오르던 것도 청소하시는 분들이나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사람들 마주치면 좀 뻘쭘해서 관두고 대신 스테퍼를 들였는데 하루에 짧게라도 꾸준히 하니 이쪽이 운동량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다소 마음이 가벼워졌는데 옆에서 보더니 ‘그럴 때 안심하고 파티다~ 하고 먹으면 훅 늘어나는 것…’이라고 적절하게 초를 쳐주었다. (고오맙소…)

아무튼.
꽤 전부터 튤립이 너무 땡기는데 혜린이 졸업식 즈음에는 옆사람이 사온 꽃다발이 있어서 다음을 기약했고 그 뒤로는 꽃시장을 갈 상황이 아니었고… 간간히 SNS에 올라오는 튤립들이나 구경하던 중 나와 지름 리듬(…)이 종종 맞는 난다님이 튤립이 땡겨서 인터넷에서 시켜봤는데 나쁘지 않았다고 사이트를 추천해주길래 나도 주문해봤다.

마침 주문하려던 타이밍에 튤립이 55프로 세일(!)에 들어가서 꽤 괜찮은 가격에 득템.

튤립 20대에 스톡은 덤. 생각했던 이상으로 싱싱하게 도착했다. 스티로폼 포장 크기가 너무 큰 점 빼고는(재활용 쓰레기 내놓기 구찮..ㅠ.ㅠ) 매우 만족.

튤립 20대가 생각보다 많아서 가지고 있는 화병 총출동해서 나눠 꽂았는데 보기에는 튤립이 좋지만 향은 역시 스톡이 최고. 집안 여기저기 나눠 뒀더니 거실에 스톡향이 꽉 차서 기분이 좋아졌다.

꽃이라면 호불호 없이 다 좋아하지만 튤립은 나에게 조금 애틋한 꽃이라.

5년전 어쩌다보니 생일날 약속이 잡혀서 지인들과 그집 애들 다같이 양재 aT 센터에서 열리는 체험학습 비슷한 걸 갈 일이 있었는데 이 나이에 생일이 일부러 남에게 알릴 일도 아니고 그냥 그런 날을 보내던 참에 꽃시장을 다녀오던 지현님과 희연 언니가 일부러 aT 센터까지 와서 튤립을 한 다발 안겨주고 가셨다. 애들과 행사장 돌아다니느라 지친 끝에 나왔는데 지인들 앞에서 꽃다발 한아름을 받으니 새삼 주변에서 사랑받는 사람이 된 마냥 기분이 들떴더랬다. 내 인생에 그날의 튤립은 잊지 못할 생일 선물 중 하나.

그리고 피어나는 꽃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은 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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