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근래 미야베 미유키 책만 계속 달리느라 세 인격이 한 몸에서 마구 바뀌는 영주님, 갑자기 얼굴에 나타났다가 튀어나와 도망치는 눈물점(!), 시어머니가 혼이 씌어 며느리를 언덕에서 밀어 죽인다든지, 아내와 딸을 잃은 파발꾼이 절망 속에 달리다가 만나게되는 얼굴없는 요괴 같은 온갖 자극적인 소재만 보다가 수줍게 연애해서 행복하게 결혼한 커플이 딸 낳고 여전히 아기자기하게 사는 이야기를 읽으니 오랜만에 머릿속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찾아보니 1부를 시작한 게 대충 2011년쯤이었고 작가 말로는 2017년에 1부 마지막권을 낼 때까지도 작품 배경이 2010~2011년 즈음을 벗어나지를 못해서 2018년 경의 ‘지금’ 그들이 사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딸이 나온다길래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시오리코가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여전히 2011년 즈음이 많이 나온다. 전작에 나왔던 사람들의 소소한 후일담이라 전권을 읽은 게 벌써 3년전인 나는 과거에 등장했던 사람이 나와도 이름은 낯이 익은데 그 사람이 나온 게 어떤 내용의 에피소드였는지 아슴해서 이 책 읽기 전에 전 시리즈를 대충 한번 볼걸 그랬나 싶더란.
1부 마지막에 지에코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면서 1부 전체를 지탱하던 기둥은 사라졌고 그래서 이번 이야기는 2부라기보다 외전 느낌에 가까웠는데, 워낙 두 주인공도 매력있었고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잘 잡혀 있어서 그런가, 전편에 비해서 크게 부족함 없이 여전히 재미있게 술술 읽혀서 차분하게 잘 쌓아올린 이야기는 이렇게 무한히 확장해나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읽는 동안에는 나왔던 책들은 한번 찾아봐야지! 하는데 매번 책 덮고 나면 미루게 되는 편.
이번에 나왔던 책은
- 기타하라 하쿠슈의 「탱자꽃 기타하라 하쿠슈 동요집」
- 사사키 마루미의 「눈의 단장」
- 우치다 햣켄의 「임금님의 등」
애 이름을 뭔 ‘책표지’라고 지었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애초에 애엄마 이름도 책갈피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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