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하다보니 펌한 지 3년쯤 된 것 같은데 원래 곱슬머리라 이제 정말 파마기라고는 1도 안 남은 상태. 부스스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어서 어디 밥상 놓고 언년이 부르며 울면 딱 어울릴 몰골이 되었길래 작정하고 미용실을 예약했다.
찾아보니 일단 마지막으로 갔던 게 작년 10월… (아마 머리 자르기만 했던 것 같다)
앉자마자 머리 해주시는 분이 머리카락을 스르륵 훑으시더니 단호하게 ‘오늘은 펌을 해야해요’ 라길래 ‘네, 그러려고 왔어요…’
어째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걸리는 것 같아서 물어보니 파마약이 잘 안 먹어서 처음 말했던 시간보다 길어졌단다. 파마를 자주 안 하면 약이 더 잘 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
머리 끝에 웨이브를 넣겠다고 기계 앞에 앉혀놨는데 오랜만에 봐도 너무 굉장해서 기념으로 한 장.
세 시간 넘게 머리 했는데 어디 갈 데도 없어 도로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기분전환 삼아 꽃집에서 봄기분 나는 꽃으로 한다발 만들어왔다.
동네 꽃집에 손이 잘 안 가는 이유 중 하나가 손님 적은 꽃집은 꽃 회전이 적어서 꽃 상태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었는데(요즘은 인스타에 계정 만들고 바로바로 업데이트하는 곳도 많이 늘긴 했더란) 아파트 바로 앞 꽃집이 마침 인스타 계정이 있어서 팔로우해두고 보다보니 꽃꽂이 수업도 거의 매일 하고 있어서 꽃을 쉴틈없이 새로 들여오고 있길래 요즘 가끔 들른다. 이 집에서 산 꽃은 보통 일주일 채워서 피는 것 잘 보고 치우는 편.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볼륨을 즐기는 맛은 있지만 여러가지 꽃을 보는 재미는 덜해서 어디 꽃 구독이라도 새로 시작해볼까 했는데 비슷한 가격이면 직접 고를 수도 있어서 정기적으로 가서 원하는 가격으로 이 집에서 한 다발씩 만들어올까 싶다.
오늘은 노란색 톤으로 맞춰달라고 했더니 잡아준 것들.
그 중에 그동안 장바구니에 계속 담았다 뺐다 했던 망고튤립도 들어있고 요즘 자주 보이는 버터플라이 라넌, 좋아하는 흰 라넌도 모여있어서 종합선물세트 같은 한 다발이었다.
왼쪽의 연보라색 꽃은 지난주에 화병 가져가서 꽂아온 것 중에 아직 멀쩡하길래 옮겨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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