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화분이 터져나갈 것처럼 불어나있던 스투키를 분갈이 맡겼더니 두 개로 나뉘어져 돌아왔다. 처음 받았을 때는 오른쪽 크기였는데 8년만에 왼쪽만큼 불어난 셈.
오른쪽은 원래 있던 린양 방에 다시 두고 왼쪽은 엘우디 옆에 두면 될 듯하다.
맡겼던 걸 찾아오는 길에 이번 한 주 두고 볼 꽃도 사고 숙제처럼 미루고 있던 치자나무 분갈이도 마저 맡겼다.

이번 주의 꽃.
하젤 장미가 너무 탐스럽게 그림처럼 피어있어서 안 고를 수가 없었다. 요즘 온라인몰에서 자꾸 눈에 들어오던 헬레보루스(장미 뒤쪽 자주색 꽃)도 드디어 실물로 구경. 이번주 꽃다발은 유난히 실루엣이 근사해서 마음에 든다.

우리 집 치자나무는 찾아보니 2년 전 4월에 들였는데, 분명히 사올 때만 해도 저렇게 화사하게 잔뜩 꽃이 피어서 향기를 마구 뿜어내는 게 마음에 들어서 데려왔건만 저 꽃이 진 뒤로 한번도 꽃구경을 할 수 없었다. 😑
살아있는 걸 굶겨죽일 수는 없어 일단 꾸준히 물은 줬더니 마구마구 잎은 뻗어나가고 어느새 화분 가득 뿌리가 차서 물을 줘도 제대로 아래로 빠지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분갈이까지 맡겼다.
원예 전공하신 시어머님께 여쭤보니 해가 부족해서일 수 있다는데 우리집에서 베란다보다 더 해가 잘 드는 곳은 못 찾겠고 혹시 화분이라도 좀 넉넉해지면 꽃을 보여줄라는지.

잎만 잔뜩 뻗어올라온 치자나무를 보며 이 모양새가 어디선가 낯이 익다 싶어 생각해보니 고3 때 환경부장이라고 담임 선생님이 환경미화 끝난 후 교실 뒤 사물함 위에 줄줄이 세워둔 난(…)을 죽이기는 아깝다고(분명히 누군가의 어머님이 돈을 들이셨을텐데…🙄) 물 좀 챙겨 주라길래 그렇게 1년 물을 줬더니 난초들이 모두 우아하지 않게 벌크업하듯 자라나 파 심어놓은 모양새가 되었더랬는데 딱 그 느낌이다. 내가 키우는 식물들은 어째서 죄 이렇게 모양새 없이 자라는 건가…(나중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난초는 이파리가 초리하게 두껍지 않아야 가치가 높다고. 내가 키운 난초는 그야말로 下품 중에 최고 下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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