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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철이 되면 길에도 마구 피어있다보니 손질이 쉬울 것 같은 꽃인데 그렇지도 않은지 온라인몰이라든지 꽃시장 같은 데서 정리가 안 된 걸 사면 이상하게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아주 오래 전에 꽃시장에서 산 장미는 살 때는 너무 예뻤는데 집에 와서 꽂아두니 마치 입을 꽉 다문 조개마냥 꽃잎 한장 펼치지 않은 채로 시들었던 적도 있고 얼마전에 맨스필드 장미가 너무 예뻐서 주문했더니 가시가 어찌나 살벌하던지 포장 풀면서 가시에 대차게 찔리고 그렇게 힘들게 정리해서 화병에 꽂았는데 꽃잎이 지저분해서 기대했던 것보다 덜 예쁘고, 가시 정리하면서 줄기에 상처가 많이 나서 그랬는지 결국 꽃도 제대로 안 핀 채로 시든 적도 있어서 그 뒤로는 장미만큼은 꽃집에서 예쁘게 컨디셔닝이 끝난 걸 선호하는 편.

슬슬 제철이라 그런가, 자주 가는 온라인몰에 온갖 장미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니 과거의 그 경험은 뒤로 한 채 또 슬금슬금 눈이 가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지난번에 동네 꽃집에서 사서 오래 눈이 즐거웠던 하젤 장미를 골랐다.

이번에는 꽃이 도착하기 전에 작정하고 물올림, 컨디셔닝 방법을 좀 제대로 검색해봤는데

  • 장미는 줄기 끝을 정리할 때 물에 담근 채로 사선으로 자르는 게 좋고
  • 도착했을 당시에 시들하거나 상태가 안 좋은 바깥쪽의 꽃잎들은 과감하게 제거해주고 줄기에 붙은 잎은 꽃 가까운 쪽 한두장은 남겨둬야 물올림에 도움이 된다.
  • 화병에 꽂을 때도 물 높이를 낮지 않게 잡아주는 게 좋다고.

받자마자 이대로 정리해서 얼음 가득 담은 물에 3~4시간 물올림을 했더니

이번에는 꽤 성공적으로 피기 시작했다!
지난번 꽃집에서 샀던 것보다는 꽃송이가 작아서 좀 아쉬운데(아마 그 정도 크기면 훨씬 비쌌겠지…) 그래도 하젤 장미 특유의 여리여리한 색감이나 화려한 꽃잎은 여전히 마음에 든다.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 듯한 장미.

한번 성공하고 나니 다음번에 사도 잘 피워볼 수 있지 않을까, 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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