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본즈의 작품인 만큼 뉴타입에 기사가 엄청나게 실릴 것이 자명한 고로 일단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탭이 화려하고 어쩌고…해도 암만 유명한 스탭들을 발라놔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도 하니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첫 인상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의 메카닉 라제폰은 귀에 날개가 달린 것도 그렇고 생긴 것이 정말 숭악했기 때문에 별로 당기지 않더군요(게다가 그 적군 메카닉. 그건 더 숭악하지요. -_-)

현재 8화까지 본 감상을 말하자면 일단 1-2화에서 풀풀 풍겼던 비싼 돈 주고 만든 ‘에반게리온‘,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의 분위기에서는 많이 벗어났습니다. 취향에 안맞는 메카닉 디자인에 비해 캐릭터 디자인은 깔끔하고 세련된 맛을 풍기는 데다가 성우들도 비교적 캐스팅이 잘된 편이고,(무엇보다 주인공 아야토의 성우 목소리가 다소 불평불만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다감한 캐릭터와 잘 맞더군요) 중간 중간 슬쩍 던져주는, 주인공 카미나 아야토에 대한 미스테리들도 꽤 흥미롭습니다. 도쿄 쥬피터라는 공간과 바깥 세상의 어긋난 시간 축이 아야토와 테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던 듯 하긴 한데 좀 더 봐야 알겠지요.

현재까지의 진행에서 ‘라제폰‘은 메카닉이나 설정의 미스테리보다는 아야토가 니라이카나이에 살면서 테라 사람들과 살아가는 모습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아야토는 혼자 고독하게 고민을 하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융합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는 메카닉의 전투나 설정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아기자기한 드라마와 관계가 더 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2002.3.23-


[10~12화]
12화까지 보면서 생각한 것은 결국 라제폰 전체 캐릭터 중에서 사심없이 아야토를 진지하게 걱정하는 것은 이 엘피 하디얏트 뿐이라는 사실.
상당히 아야토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전장으로 내모는 하루카보다 이쪽이 더 진심처럼 보이는 것은, 적어도 엘피는 구체적으로 더 이상 아야토가 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될 방법을 모색하기 때문이 아닐까. 진심으로 주인공을 걱정한다면 자신은 안전한 곳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포기하면 안돼‘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를 몰고 나가 함께 싸워주는 게 옳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모든 사람이 현장에 뛰어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묘하게 하루카의 행동이 사심이 ‘많아‘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드는 것일지도. 하루카가 아야토를 걱정하는 모습이 묘하게 끈적거린다고 느끼는 것은 나뿐인가.


ps. 10화를 보면서 내내 ‘이 분위기는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라고 생각했더니 일본에서 졸면서 봤던 ‘패트레이버 3‘의 그것이 아닌가. -_- 아무래도 이 아저씨 분위기 때문에 자꾸 비슷하게 느껴지는 듯. 뭐 스탭이 아마 그 밥에 그 나물이었던 것 같긴 한데…

-2002.5.10-


[13~19화]
이후 이야기가 어떤 분위기로 진행될 것인지 내심 궁금했습니다만, 15화부터 갑자기 시작되는 주인공 이지메 하기. -_- 난데없이 뮤리안임이 밝혀지면서 궁지에 몰리고 또 몰리는 아야토의 위기는 19화에서는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본편에는 자주 안나오지만 뉴타입 기사에는 꾸준히 나와, 무언가 한역할 하겠군 했던 아야토의 도쿄 쪽 친구 아사히나 이야기 19화는 상당히 괜찮아서 근래에 본 로봇 애니메이션의 전투 중에서(그래봤자 많이 본것도 아니지만) 가장 인상적이었군요. 라제폰의 전투와 교차하는 전광판, 그곳에 새겨지는 ‘싸우고 싶지 않아‘ ‘도와주세요‘ ‘안녕‘이라는 글씨는 너무나 건조한 글씨여서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20화]
여기저기에서 원성이 자자했던 20화. 대체 어느 수준인 것인가 하고 궁금해했습니다만, 과연 대단하더군요. -_- 이것은 과거 나디아 중반의 그 무시무시한 사태에 버금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19화에서 아사히나의 죽음을 맞은 채 체포되었던 아야토의 이후가 궁금했기 때문에 꾸역꾸역 봐야만 했습니다만 정말 보면서 괴롭더군요. -_- 이 찌그러진 아야토와 프랑켄슈타인이 되어버린 쿠누기 사령관은 정말…
어찌보면 해모수같고 잘 봐주면 장보고 정도는 되어 보이는 작화입니다만, 대체 어째 저런 일이 일어났는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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