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주말에 만나요」. 제목만 들어서는 무슨 만화 대여점 구석에 꽂혀있는 그림체도 반짝반짝한 해적판 만화책같습니다만, 이 작품은 「파사드」. 「불법 구세주」 등을 그린 시노하라 우도의 작품입니다. 정말이지 제목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원제도 「週末に會いましょう」이니 뭐… 아무튼 「파사드」와 같은 작품들은 이미 매니악한 팬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같은 경우는 이 사람과 파장이 잘 안맞는 것 같습니다. 「파사드」도 주변에서 그렇게 재미있다고들 하는데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불법 구세주」의 경우도 그랬고… 하지만 이 「주말에 만나요」는 뜻 밖에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 아슈는 실은 양과 음이 완전히 분리된 인간으로 양의 기를 가진 아슈와 음의 기를 가진 후이암이 한 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후이암이 밖으로 나오면 아슈는 그 시간만큼의 기억이 없어지는 거죠.(후이암은 아슈의 기억까지 공유하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아슈가 우연히 영수(靈獸)인 기린이 봉인된 작은 조각품을 선물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배경이 되는 시기가 홍콩의 중국 반환시기인 만큼 풍수적으로 굉장히 정신이 없을 때인지라 기가 분리된 아슈를 둘러싼 주변의 일들이 모두 이상하게 흘러갑니다만… 아슈는 꿋꿋하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눈치채지 못한 채 후이암이 이리뛰고 저리뛰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 홍콩의 중국반환이라는 문제를 바뀌는 기의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내부순환의 기를 가진 홍콩에 중국 대륙이라는 용이 다가와 새로운 기의 흐름을 생성하고 있다‘고 표현한 작가의 시선이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이야기도 이 설정에 맞추어 무리없이 끌고 나가고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캐릭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아슈와 후이암,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어느 쪽인지 점점 헷갈리고 있는 기린, 아슈와 후이암의 정체를 모두 알고 그를 도와주는 지적인 매력을 가진젊은 풍수사 용완호이 등이 작가의 탄탄한 그림체로 재미있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의 귀신에 대한 관점이 아닌 중국의 귀신에 대한 관점을 보여준 것도 특기할만 하고요. 충만한 기에 휩싸인 영수인 백호와 기린 등의 그림도 정말 멋지죠. 여유있게 잡고 앉아서 그림과 내용 모두를 차분히 즐기기에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후이암이 주말에만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제목인 ‘주말에 만나요‘와 뭔가 연관이 있었습니다만 이제 시도때도 없이 후이암이 밖으로 나와 활동을 하는고로 제목과 내용이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죠. ^^;
이제 이야기는 아마도 왜 아슈가 양과 음이 분리되었는지, 그리고 기억 속에서 가물거리는 할아버지에 관련된 비밀들, 기린이 왜 자신을 스스로 봉인했는지를 가지고 풀어나갈 듯 합니다.
혹, 제목 때문에 대여점에서 집었다가 놓았던 분들이라면 다시한번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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