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나만의 천사」와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에서 나온 책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백귀야행」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만 전 양쪽 중에 어느 한쪽을 고르기 힘들더라구요. 두 작품 다 나름대로의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시대와 배경, 설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어려운 것이겠지요. 이 작품은 약간 「펫샵 오브 호러스」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골동품점인 유우당 주인의 손자, 렌은 다른 사람에게 안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청년(미청년)입니다. 즉, 소위 말하는 영혼이 보인다는 거죠. 가게가 가게이니 만큼 오래된 물건들이 잔뜩 있고, 깊은 사연을 가진 오래된 물건들은 넘쳐나기 마련인데, 그 하나하나마다 뭔가 한을 품고 그것을 풀고싶어 하니 렌이 바빠질 수 밖에요. –; 앞쪽에서는 그냥 옴니버스 식으로 그때그때 사건에 얽혀들어가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구성이었는데, 중반을 넘어가니 과거가 깊은 사기꾼(?) 타카무라가 등장하고 그에 얽혀서 골동품을 수선하는 소녀 유츠키가 고정적으로 등장을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마치 무슨 장발장의 코제트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면도 있긴 합니다만 일단 전반적인 흐름은 하츠 아키코의 다른 단편집들처럼 어딘가 나른하고 조용조용하게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물론 단점이라면 이 작가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워낙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조금만 흐름을 놓치면 누가 누군지 한번쯤은 꼭 고심을 해야 한다는 점이 있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이 작가의 크게 완급은 없지만 고요하고 물이 흐르는 듯 무리없는 이야기 진행과 진지한 이야기 속에 감초처럼 존재하는 개그적 요소들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우리에게는 좀 생소하지만(요즘엔 일본 만화를 워낙 많이 봐서 별로 생소할 것도 없지만…) 그들에게는 익숙한 사상인듯한 사물이 오래되면 영혼이 깃든다는 생각은 일본인들에게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소재거리를 제공하는 듯 합니다. 이런 바탕이 되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좀 더 멀리 상상력이 펼쳐지는 것이겠지요. 굳이 「백귀야행」과 비교를 하자면 「백귀야행」에 비해 이 작품은 아무래도 현대물이 아닌 좀 더 과거의 이야기인 만큼 좀 더 우아함과 고아함을 갖고 있지 않나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