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사람이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복잡한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족이라는 단위에서 시작하여 증식해 나가죠. 대부분 사람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가족을 증식시켜 나간다면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품, 「어른의 문제」에서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증식하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어른만이 알 수 있는 어른의 문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나오토의 부모는 그가 5살 때 이혼을 했는데, 이혼을 한 이유가 나오토의 아버지가 자신이 게이임을 자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아버지가 다시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사람은 정말정말 미형의 잘나가는 반지 디자이너 에비 고로. 포커 페이스로 자신의 잇속을 잘도 챙기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남도 잘 배려하는 어딘지 알 수 없는 면을 가진 남자입니다. 그리고 그런 고로가 나오토의 인생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오토의 주변의 인간관계는 고로의 집안 사람들과 얽히며 묘하게 꼬여서 돌아가는데… 나오토의 어머니, 아버지의 각기 독특한 연애행각은 현실적으로는 생각해보면 정말 심난한 이야기입니다만, ‘말도 안돼‘라는 말을 하면서도 심한 과장이나 비약이 없는 잔잔하고 매끄러운 이야기 진행 때문인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데다가「백귀야행」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편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이 작품의 전반에도 흐르고 있습니다.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가장 마지막에 주인공 나오토가 나레이션으로 정리해 버립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엔 남에겐 말할 수 없는 많은 사정이 있었다. 생각해 보면, 어느 가족에게나 조금씩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작가 이마 이치코는 우리나라에서 「백귀야행」으로 이미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만, 이 책은 「백귀야행」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게이… 라는 소재를 가진, 야오이는 아니지만 굉장히 비상식적이지만 어쨌거나 보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야오이라는 장르나 동성애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읽고 즐길 수 있는 심플한 분량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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