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10권이 나왔길래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면서 한 권만 달랑 주문하기도 뭣해서 구입한 클램프의 최근작 XXX HOLiC입니다.

한때는 정말 클램프라면 껌벅 죽던 시기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열심히 챙겨보지는 않게 되네요. 도쿄 바빌론에서 X로 이어지는 ‘세계관 공유’가 발전해 사쿠라의 패러랠이라는 츠바사까지 나오는 시점에서 그들의 우려먹기에 좀 질려버렸다고 할까요(X는 보다가 포기했음).
이 XXX HOLiC 역시 츠바사와 거의 터널처럼 연결되어 있고, 유코의 대사 중간중간에도 끊임없이 기존의 클램프 작품들이 언급됩니다(내용 중에는 쵸비츠의 치이 귀도 나옴..;).

체질적으로 마물을 끌어들이는 소년 와타누키 키미히로가 지나가다 우연히 필연적으로(-_-) 유코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마물들이 보이고 마물들을 끌어들이는 체질을 고쳐주겠다는 유코의 말에 와타누키는 그녀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됩니다.
그녀의 집은 사실 이런저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가게로,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의 유우당처럼 오컬트적인 고민이나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드나들지요.

이번 작품에서 클램프는 그림체가 또 상당히 많이 바뀌었더군요. 이전의 Wish 때보다는 선이 선명해지고 인체 비례도 매끈해서 예쁜 편이긴 한데 주인공인 와타누키가 클램프답다기보다는 어디 다른 데서 많이 보던 그림체 같아서 좀 아쉽지만 표지의 컬러 분위기라든지 톤 사용을 극단적으로 절제한 내지 컷 등은 상당히 볼 만합니다.

사쿠라 오빠 토우야 분위기의 도메키, 언젠가 세이시로처럼 뒤통수를 칠 게 눈에 보이는 히마와리 등 주요 캐릭터들은 여전히 클램프의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한건 한건 에피소드들이 마무리되는 방식 때문인지 크게 지루하지도 않고 클램프가 도쿄 바빌론에서 보여줬던 독특하다면 독특한 사고방식도 잘 살아 있더군요.
근래에 나왔던 클램프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전작 중에 가장 좋아하는 도쿄 바빌론과 가장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